ADVERTISEMENT

'수퍼 부양안' 쏜 바이든, 30년만의 증세 추진…"기업·부자 더 내야"

중앙일보

입력

1조 9000억 달러(약 2156조원)의 '수퍼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증세에 시동을 걸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인 증세 검토에 들어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인 증세 검토에 들어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법인세·소득세 등 포괄적인 연방세율 인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방위 증세를 검토하는 건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30년 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안은 ▶법인세 최고세율 21%→28% 인상 ▶'패스스루(pass-through)' 기업의 세제 혜택 축소 ▶부동산세 범위 확대 ▶연간 소득 40만 달러(4억5300만 원) 이상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 ▶연간 자본 이익 100만 달러(11억원) 이상인 사람에 대한 세율 인상을 포함하고 있다.

현실화한다면 법인세율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조치 이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돌아간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고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내렸다. 트럼프의 감세로 대기업만 혜택을 봤고, 조세 형평성이 훼손됐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시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혜택도 축소한다. 대표적인 검토 대상이 부동산개발 업체 등 패스스루 기업이다. 패스스루 기업은 기업의 소득을 소유주의 개인 소득으로 분류해 법인세가 아닌 개인소득세로 납부하고 있다. 부동산재벌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패스스루 기업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15%로 인하해 '셀프감세'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소득세의 경우 연간 40만 달러(4억5300만 원) 이상 또는 연간 자본이득이 100만 달러(11억 원) 이상인 고소득자가 검토 대상이다.

공화당 "기업 경쟁력 약화" 반발

미국 국회의사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회의사당.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증세안이 의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야당인 공화당의 반발은 물론 민주당 일각의 미온적 반응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기는 침체하고 실업률도 올라간 상황에서 증세가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내에서도 "증세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까지 증세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포괄적 증세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 추진도 

주목할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 세계의 다국적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제동을 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미국만 법인세를 올릴 경우 다국적 기업들이 낮은 세율을 찾아 해외로 떠날 것을 우려한 행보로 보인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법인세율 하한선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OECD와 협력해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인하 하한선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WP가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OECD와 협력해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인하 하한선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WP가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OECD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들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2000년부터 2018년 사이 법인세율을 내린 나라는 76개국으로, 인하 또는 유지한 국가의 5배 이상이었다. 지난해에도 프랑스를 포함해 9개국이 법인세율을 내렸다. 미국의 세금 관련 NGO 단체인 조세재단(Tax Foundation)도 2020년 국가별 평균 법인세율은 23%로 1980년 40%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자는 "모든 국가는 세금을 낮추면 다른 국가의 사업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경쟁의 유일한 수혜자는 가장 부유한 다국적 기업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세계적인 흐름이 각국의 재정을 악화하고, 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을 정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옐런 장관은 지난 1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법인세 타격을 줄이기 위해 "OECD와의 협상을 통해 파괴적이고 전 세계적인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중단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OECD도 그동안 글로벌 최저세율을 논의해왔다. OECD는 법인세율 하한으로 12%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OECD를 통한 법인세율 하한선 합의가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강제력이 없고, OECD 조세 협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