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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96%, 신한은 43%…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제각각인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5대 시중은행 중 3곳은 고객의 금리인하 요구를 절반이나 절반에 못 미치게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금리인하 요구권을 거의 다 받아들인 은행도 있다. 수용률 차이가 큰 데는 은행마다 금리인하요구권 운영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15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1월~10월)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는 2만9118명이다.

이들이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아낀 이자액은 약 255억8000만원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승진 등으로 신용 상태가 좋아졌을 때 대출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리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농협은행(9334명)이다. 뒤를 이어 신한(7063명), 국민(5912명), 우리(4877명), 하나은행(1932명)이 순이었다.

금리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수가 많은 농협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수용건수/신청건수)도 높다. 96.4%를 기록해 수용률 기준 1위다. 2위는 우리은행(72.7%)이고,  하나은행(53.2%)은 간신히 절반을 넘어 3위다. 국민(46.7%)과 신한은행(43.2%)의 수용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5대 시중은행금리인하요구권 실적. 윤두헌 의원실 자료.

5대 시중은행금리인하요구권 실적. 윤두헌 의원실 자료.

은행 간 수용률 차이가 큰 데는 은행마다 신청 건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수용률이 가장 높은 농협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사람 중 신청 대상이 아닌 사람을 제외한 뒤 ‘신청건수’를 산정했다. 우리은행 역시 신청 대상이 아닌 사람과 신청 후 철회ㆍ취소한 사람을 뺀 뒤 이를 ‘신청건수’로 간주했다. 하나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뒤 서류 접수까지 완료한 사람만 ‘신청건수’로 보고 수용률을 계산했다. 반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청건수를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산정했다. 다른 은행에 비해 분모(신청건수)가 커지다 보니 수용률이 낮아진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기준 다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를 비롯해 18개 은행과 함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지난달 꾸렸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은행이 전 대출 기간에 정기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거나 신용점수가 오른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통계 기준을 정비하는 한편 금리인하요구권을 고객에게 알리고, 심사 이후 통보하는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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