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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딸·처남까지 튄 LH 불똥…지지율도 다시 30%대로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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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과 관련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투기 전모를 다 드러내야 한다”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만큼 끝까지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라고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공직자와 LH 임직원과 가족, 친인척을 포함해 차명거래 여부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1차 조사결과는 시작일 뿐”이라며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부정한 투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도 신속히 강구하라”고 했다. 전날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변죽만 울렸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말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성난 부동산 민심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이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38%였다. 지난주보다 2%포인트 떨어지며 다시 30%대로 하락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에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4월 선거를 비롯해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줄 중대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야당이 문 대통령 가족들에 대한 투기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야당이 제기한 문 대통령 일가의 의혹은 본인의 사저 매입, 딸의 주택 매매, 처남의 토지 거래 등 3가지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경남 양산 사저 부지에 포함된 농지는 지난 1월 20일 전용(轉用) 허가가 났다. 농지를 구입한 뒤 전용한 걸 두고 야당에서 “농지를 매입해 투기를 벌인 LH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한다.

해당 부지는 지난해 4월 취득 때부터 ‘농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던 곳으로, 문 대통령은 농지 매입을 위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을 11년으로 기재하면서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 청와대는 지난 9일 농지 취득 과정에 대해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지만, 이번 농지 전용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이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변창흠 국토부장관의 사의표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이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변창흠 국토부장관의 사의표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논란이 확대되자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사저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해당 부지는)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며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직접 대응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날 글은 평소보다 톤이 이례적으로 강했다. 그만큼 부동산 논란을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도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야당에서 경남 양산 사저 부지에 관해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며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글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야당에서 경남 양산 사저 부지에 관해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며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글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문 대통령의 사저뿐만 아니라 딸 다혜씨의 주택거래도 논란에 휩싸였다. 다혜씨는 2019년 5월 구입한 서울 양평동 다가구주택을 지난달 5일 되팔면서 1년 9개월만에 1억 4000만원을 벌었다. 집을 판 지난달 5일은 ‘2ㆍ4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대책 발표 때 “역세권을 주거상업고밀지구로 지정해 주거와 상업시설을 압축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다혜씨의 주택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부근에 있다.

문 대통령의 처남 김모씨의 성남시 그린벨트 내 농지가 LH에 수용되면서 47억원의 보상 차익을 거둔 사실도 재차 부각됐다. 지난해 8월 의혹이 불거졌을 때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그린벨트 해제는 이명박 정부고, 토지보상금이 지급된 것은 박근혜 정권 때”라고 해명했지만, LH의 수용으로 차익을 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와도 유사하다.

야당의 칼끝이 문 대통령 본인과 가족들을 직접 겨냥하면서, 시중엔 '부동산 내로남불'이란 말까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검찰 혹평한 文 "경찰은 헌신"=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 경찰 경위ㆍ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견제와 균형, 정치적 중립의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책임수사 체계를 확립하길 바란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은 국가수사본부의 수사역량을 검증받는 첫번째 시험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엄정한 수사와 법 집행 위에서 이번 사건을 공공기관을 개혁하고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쇄신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새로 출범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대해 “국가 수사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며 “선배 경찰들은 민주경찰, 인권경찰, 민생경찰을 향해 노력하고 헌신했다”고 격려했다. 불과 나흘 전인 8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았다”며 검찰을 평가했던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경찰 국수본은 검찰을 사실상 배제한 상태로 이번 LH사건 수사를 이끌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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