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3명인 아기 탄생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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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전학의 발전이 인류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

백혈병 등 유전질환 치료를 위해 조직이 일치하는 동생을 선택적으로 탄생시키는 이른바 맞춤아기(designer baby) 출산을 허가한 영국의 보건당국이 2명의 엄마와 1명의 아빠를 생물학적 부모로 하는 아기를 만드는 실험을 승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의 일요신문 옵서버가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뉴캐슬대 연구팀이 생물학적 부모가 3명인 아기를 탄생시키는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고 유전학 감독기구인 인간수정태생국(HFEA)이 조만간 이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실험은 모계를 통한 유전질환을 차단하기 위해 세포내의 미토콘드리아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세포 핵에 담긴 염색체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모계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미토콘드리아에 결함이 있으면 50여가지의 유전질환이 발생하며 영국에서는 약 1천명의 어린이가 이로 인한 만성 뇌질환 등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뉴캐슬대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제3의 여성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미토콘드리아에 결함이 있는 여성의 난자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한 뒤 남편의 정자와 인공수정하는 방식을 실험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부모의 유전자는 물론 난자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가 갖고 있는 제3의 유전자까지 총 3명의 유전형질을 가진 아기가 탄생하게 된다.

뉴캐슬대의 딕 턴불 박사는 "3년 정도만 지나면 완벽한 핵치환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인류가 가진 유전적 불치병 예방에 신기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험은 그러나 엄마, 난자 기증자, 아빠 등 3명의 생물학적 부모를 둔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치열한 윤리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시민단체인 '인간유전학감시'(Human Genetics Alert)의 데이비드 킹 박사는 "3명의 생물학적 부모를 가진 아기를 탄생시키는 것은 입맛대로 인간을 만들어내는 '인간 공장' 시대로 가는 첫걸음"이라면서 "인간의 유전자를 멋대로 조작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생명윤리단체 '라이프'의 패트릭 커스워스는 "2명의 엄마로부터 유전형질을 물려받은 아기의 진짜 엄마가 누구인지에 대한 윤리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태어날 아기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옵서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뉴욕대학의 제이미 그리포 박사는 미국에서 승인이 나오지 않자 중국으로 가서 실험을 강행했으나 6개월만에 아기가 유산된 적이 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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