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 뱃살 출렁일 땐 호박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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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까운 데 있는 것은 홀대하고 먼데 것을 구하려 한다. 병든 사람들은 중국의 구하기 어려운 약만을 찾으려 하니 이는 마치 7년간 앓는 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는 식이라 결국 약을 구하지 못해 병마에 쓰러지는구나." 1431년 세종대왕이 명의들을 불러 모아 향약집성방을 만들게 한 취지다. 당시 한의학의 문턱이 높아 의료 혜택을 볼 수 없었던 백성을 위해 우리 향토에서 생산되는 약재 중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처방을 만들게 한 것이다. 모든 질병을 57 대강문(大綱門)과 959종의 병증으로 나눠 1만706개의 처방을 수록했다. 이중 지금까지 널리 활용되며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처방들을 현대에 맞게 가감해 새롭게 소개한다.

천고마비의 가을은 '수렴의 계절'이다. 입추가 지나면 만물은 성장을 멈추는 대신 부족해진 영양을 한 곳에 비축한다. 기나긴 겨울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자연의 섭리다.

가을에 위장과 소장의 기능이 활발해지고, 위액이 촉진돼 소화가 잘 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자연 식욕이 넘치고 살이 찌는 것이다.

뱃살이 찌는 계절에 권할 만한 가정 처방이 호박탕이다.

한방에선 호박을 남과(南瓜)라고 한다. 호박은 비장과 위장 기능을 활성화해 정체된 수분을 배설하도록 도와준다. 특히 물살이라고 해서 뱃살이 출렁출렁한 사람, 잘 붓는 사람,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에게 좋다. 회복기 환자나 위장이 약한 사람, 산후부종.감기.냉증.인후통.피부보호에도 효과가 있다. 추어(鰍魚)로 불리는 미꾸라지 역시 호박과 마찬가지로 비위 기능을 좋게 하고 신기능을 도와준다. 겨울을 이기는 풍부한 영양을 공급할 뿐 아니라 배설을 촉진함으로써 체내에 축적되는 지방과 수분을 조절한다.

어떻게 만드나

①속이 빈 듯 텅텅 소리가 나며, 껍질이 밝고 윤기가 흐르는 늙은 호박을 고른다
②호박 꼭지 부분을 뚜껑처럼 도려내고 안을 파낸다
③깨끗이 씻은 미꾸라지 한 근을 넣고 잘라낸 부분을 덮는다
④찜통에서 호박을 찐 뒤 모두 으깨 삼베에 짠다
⑤하루 세번 한 공기씩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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