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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몰라 조사 어렵다"는 지자체 …유명인 과태료 부과 눈치 보기?

중앙일보

입력

 "가게 주소 몰라 현장 조사 어렵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치킨집에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인 모임'을 했다는 방역 수칙 위반 논란에 대한 용산구 측의 답변이다.
9일 용산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답변하며 "이날 오전까지 경찰에 신고가 들어온 것이 없었고, 민원 내용에 정확한 주소가 없어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측은 하루 뒤인 10일엔 "현장 적발이 아니라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안이다 보니 현장 조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서울시에 문의한 상황"이라며 "장소 확인은 된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에 의한 뉴스 영상이나 CCTV만을 가지고 과태료 부과 여부를 판단할 순 없다"며 "서울시에서 지침을 주면 근거해서 현장 조사를 나가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의 한 술집 CCTV에 찍힌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노란색색 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흰색 원)와 그외 3명이 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MBC 캡처

서울 용산의 한 술집 CCTV에 찍힌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노란색색 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흰색 원)와 그외 3명이 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MBC 캡처

최근 정치인과 유명인 등이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인 가운데, 과태료 처분을 결정하는 지자체에서 결론 내리기를 미루고 있거나 신속한 조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대응에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 인터넷 캡처.

사진 인터넷 캡처.

'5인 이상' 과태료 처분 평균 15일…김어준은 50일 이상 

'여권 인사 봐주기'는 논란도 있었다. 지난 1월 19일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7인 모임'을 한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한 과태료 부과 여부는 50일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 23개구(서초·노원구 미제출)에서 제출한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과태료 현황’ 중 ‘5인 집합금지’ 과태료 처분 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모두 216건이었다. 신고가 접수된 뒤 과태료 부과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5일이었다. 마포구(79건)는 평균 19일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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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질병관리청장, 관할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부과·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경우 개인에게는 10만원 이하, 업주에게는 300만원 이하(1차 위반 150만원, 2차 위반 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형평성 논란…"신뢰 무너져, 시민들 의지 꺾일 수도"

이런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반인이었으면 즉시 받아냈을 텐데 왜 김어준은 결론이 안 났냐" "여권 인사라 보호해 주는 거냐"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시민 A씨는 지난 9일 이 전 최고위원과 장 의원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신고한다는 내용으로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A씨는 “정치권력자들에게만 방역수칙이 느슨한 것 같다”며 “이준석·장경태의 경우 최초 보도한 MBC에 문의하면 장소 특정이 가능할 텐데 바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용산구청의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의 뻔뻔한 행태에 애먼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수칙 위반이라는 확실한 판단이 나왔다면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똑같은 기준으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면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며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 이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부인을 하거나, 지자체의 '봐주기 논란'을 국민이 보면 당국의 방역 조처를 따르려는 의지도 꺾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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