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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쏴라" 명령···가족도 버리고 미얀마 경찰 탈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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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군에서 반 쿠데타 시위를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군에서 반 쿠데타 시위를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한 달 전만 해도 미얀마 경찰이었던 타 펭(27)은 지금 인도에 있다. 시위대를 향해 "죽을 때까지 쏘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뒤 보복을 피해 국경을 넘어왔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7일 미얀마 캄팟시의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 상관은 발포 명령을 했지만 그는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다음에는) 총을 쏠 것인지" 묻는 전화가 왔다고 한다. 결국 경찰직을 그만둔 뒤 지난 1일 가족을 남겨둔 채 미얀마를 떠났다. 발각되지 않으려 밤에만 움직였고, 3일 인도 북동부 미조람주에 도착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평화로운 시위대인 우리 국민을 쏠 용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타 펭은 "경찰 규정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고무총을 쏘거나 무릎 아래에 실탄을 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상사들로부터 "죽을 때까지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가족이 보고 싶지만 군부에 대한 두려움 탓에 미얀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타 펭은 자신 외에도 6명의 경찰 동료가 27일 시위 당시 상관의 발포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얀마와 인도의 국경은 1643㎞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국민은 여행 허가증 없이도 인도 영토 내 몇 마일까지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이런 특수한 환경에 미얀마와 가까운 미조람주에는 현재 로힝야족 난민도 상당수가 머물고 있다. 인도 고위 관리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에도 약 100여명이 이 지역으로 건너왔다. 상당수가 경찰과 가족들이라는 게 이 관리의 전언이다.

앞서 미얀마 군부도 인도 정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도 영토에 있는 경찰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조람에 머무는 또다른 미얀마 경찰 응군 흘레이(23)도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미얀마 행정 경찰이었던 달(24)도 구금된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하다 시위 규모가 커지자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여성 시위자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거부한 뒤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이들 세 명의 경찰은 미얀마 경찰 내부에도 시민불복종 운동 지지자가 많다고 전했다. 타 펭은 "경찰의 90%는 시위를 지지한다"면서 "경찰은 군부의 명령에 따라 시위를 진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얀마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시민불복종 운동(CDM)을 지지하는 경찰들의 '제복 인증 사진'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지난 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이날까지 600명 이상의 경찰이 군부 쿠데타에 반발해 시민불복종 운동에 합류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군·경의 총격과 폭력에 60명 이상이 숨졌고, 1천8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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