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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딱정벌레 국내 첫 발견…시력 버리고 번식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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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장님주름알버섯벌레. 다른 딱정벌레류와 달리 머리에 눈이 없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장님주름알버섯벌레. 다른 딱정벌레류와 달리 머리에 눈이 없다. 국립생물자원관

눈이 없는 신종 딱정벌레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토양 무척추동물 다양성 연구’를 통해 눈이 없고 날지 못하는 딱정벌레류 신종 2종을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무척추동물은 딱정벌레, 지렁이처럼 등뼈가 없는 동물 무리를 뜻하는데, 전체 동물의 97%를 차지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재작년부터 새로운 자생종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토양 무척추동물을 대상으로 생물다양성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은 장님주름알버섯벌레와 제주장님주름알버섯벌레로 일반적인 딱정벌레류와는 다르게 겹눈이 없어서 앞을 보지 못 한다. 또한 뒷날개가 없어 날 수 없다. 딱정벌레류는 보통 온몸이 단단한 각피 층으로 덮여있고 딱딱한 딱지날개가 있다. 많은 낱눈으로 구성된 한 쌍의 겹눈을 가지고, 두 쌍의 날개 중 뒷날개를 이용해 비행한다.

이 2종은 알버섯벌레과 장님주름알버섯벌레속(Typhlocolenis)에 속한다. 앞서 2008년 일본에서 버섯 등의 균류를 먹이로 삼는 장님주름알버섯벌레속 3종이 처음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연구를 통해 2종이 신종으로 기록됐다. 이 종들은 크기가 대부분 2㎜ 이하로 매우 작은데, 우리나라 종들도 1.3~1.4㎜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다.

“어두운 환경 적응해 눈 퇴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장님주름알버섯벌레. 다른 딱정벌레류와 달리 머리에 눈이 없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장님주름알버섯벌레. 다른 딱정벌레류와 달리 머리에 눈이 없다. 국립생물자원관

이번 신종 중 장님주름알버섯벌레는 지난해 7월 강원도 오대산에서 채집됐다. 제주장님주름알버섯벌레는 같은해 6월 동백동산, 비자림 등 제주도에서 발견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은 “이 두 종이 어두운 토양 환경에서 적응해 눈과 날개가 퇴화한 것으로 보인다”며“대신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는데 에너지를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이 주로 동굴 생활을 하는 일부 곤충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2종에 대한 연구를 추가로 진행한다면 토양 환경에 적응하는 곤충의 진화연구를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토양 무척추동물 다양성 연구를 진행하겠다”며 “새로운 토양생물들을 발굴하고 목록화함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생물종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고야의정서 시대에 생물주권 확립을 위한 기초 정보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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