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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인류의 13번째 사인(死因)

중앙일보

입력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방지협회(IASP)가 제정한 제2회 세계자살방지의 날.

WHO와 IASP에 따르면 자살은 교통사고와 각종 재난, 질병에 이어 13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사인에 속한다.

지난 2000년 전세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81만5천명. 비율로 따지면 10만명당 14.5명이, 그리고 40초당 1명이 자살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살인(50만명) 전쟁(23만명) 희생자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

WHO와 IASP는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자살 방지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오는 2020년에는 매년 자살자가 15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살 기도는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자살 건수는 남자쪽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령층으로 보면 60대 이상이 15-29세 연령층보다 자살률이 3배나 높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45세 이하가 더 높았다.

자살 기도는 젊은층에서 높았다. 15-25세 사이의 연령층에서 자살기도와 실제 자살의 비율은 100-200대 1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살을 기도한 사람 가운데 10%가 뜻을 이룬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동유럽의 자살률이 높은 반면 라틴 아메리카나 이슬람 국가,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우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기구는 밝혔다. 동유럽의 자살 피해는 연간 교통사고 사망률을 웃돌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의 북극 지역 같은 곳에서는 아보리진이나 이누이트와 같은 토착 원주민의 자살률이 높은 것을 나타났다.

자살은 흔히 농약이나 총기, 진통제와 같은 약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농촌 지역에서는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WHO와 IASP는 다만 일부 국가에서 총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제약회사들이 자살에 쓰이는 약품의 구입에 다소간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자살의 원인은 ▲빈곤 ▲실업 ▲사별 ▲다툼 ▲법률 분쟁 ▲직장내 불화 ▲자살자가 많은 집안 내력 ▲알코올 중독 ▲어린 시절의 신체적, 성적인 학대, ▲사회적 단절 혹은 '왕따' ▲ 정신질환 ▲불치병 등 매우 다양하다.

또 자살을 기도한 전례가 있거나 자살 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경제적으로는 ▲경제불황 ▲ 실업자 양산. ▲사회통합의 이완 혹은 해체, ▲정치적 불안 등이 증대되는 시기에도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자살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고도의 민주주의와 경제, 천혜의 기후조건도 자살 충동을 막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이는 개도국 뿐만 아니라 일부 선진국에서도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

WHO와 IASP는 자살은 남은 가족. 친지, 친우들에게 심리적,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정부와 의료계, 사회복지활동가, 학계, 언론계에서 자살 방지를 위한 연구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두 기구는 방지 대책으로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 단절되고 고립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과 그룹의 마련, 주변인들의 관계 회복 노력, 자살수단에 대한 접근 제한, 모방 자살을 막기 위한 언론의 책임있는 보도를 꼽았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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