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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유지군·올림픽 선수에도 제공" 백신 주도권 잡기 나선 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한 의료종사자가 중국이 제공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한 의료종사자가 중국이 제공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국제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선언 1년을 앞두고 중국이 '백신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등을 자국 백신을 무기로 돌파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왕이 부장 “백신 디바이드·백신 정치화 반대” #100분 회담서 백신 36차례 외치며 '백신 외교' #중국산 ‘백신여권’인 코로나APP 국제화 야심 #4월 우한 봉쇄 해제 1주년 맞이 대대적 기념식

7일 기자회견에 나선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개발도상국에 중국산 백신을 제공하고, 국제적인 '백신여권' 도입 논의도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100분간 연설에서 총 36차례 백신을 언급했다. 선진국의 백신 독점을 비판하고 아프리카·아랍·동남아·라틴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평화유지군, 올림픽 참가 선수에게도 중국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중국이 ‘백신'을 수단삼아 개도국 포섭에 나섰다는 지적에 대해선 “중국은 ‘백신 민족주의’에 반대하고 ‘백신 디바이드(선진국은 백신이 남아돌고 후진국은 백신이 부족한 현상)’ 조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백신 협력을 정치화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반대한다”며 부인했다.

7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연설하는 장면을 카메라가 잡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연설하는 장면을 카메라가 잡고 있다. [AP=연합뉴스]

왕 부장은 '백신 여권' 논의도 주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재외 중국인의 방역을 어떻게 돕겠냐는 질문에 그는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건강증명 상호 인증 글로벌 메커니즘’을 시행하기 위해 중국은 국제 여행객을 위한 중국 버전의 전자 건강증명을 만들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한다는 전제 아래 핵산 검사와 백신 접종 정보의 상호 인증을 실현해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인적 왕래를 돕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젠캉바오(健康寶, 영문명 Health Kit)로 불리는 코로나19애플리케이션(APP)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중국 방역 당국은 코로나 발발 초기에 배포한 젠캉바오로 14억 중국인 개개인의 동선을 확인한 뒤 이를 녹색·황색·적색 코드로 구분해 격리에 활용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백신 여권’ 도입에 나선 상태다. ‘디지털 녹색 백신 여권’으로 불리는 EU 프로그램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인증서로 격리 없는 국제 여행을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여권’을 도입하는 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스 크루거 WHO 유럽사무소 이사는 지난 4일 한 화상회의에서 백신 면역력의 지속 정도가 확실하지 않으며 백신 접종자에 의해 바이러스가 퍼질 위험을 우려했다고 홍콩 명보가 8일 보도했다. 또 ‘백신 여권’을 도입하면 백신 접종을 국가가 강제할 수 있으며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받을 수 없는 사람을 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백신 외교’는 전세계 중국 교민 사회를 거점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왕이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재외 교민의 접종을 위한 ‘새싹 행동(春苗行動·춘묘행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미 50개국 이상이 자국 접종계획에 중국 교민을 포함했으며 적지 않은 중국인이 현지에서 중국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건이 허용하는 국가에서 중국산 백신 접종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EIU전망코로나백신접종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IU전망코로나백신접종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중국산 백신의 불투명한 정보, 이에 따른 각국의 승인 지연 등이 '백신 외교'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4월 8일 우한(武漢) 봉쇄 해제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왕이 부장은 회견 마무리 발언으로 “영웅적인 후베이 인민, 우한 인민이 전국적인 코로나 전쟁 승리를 위해 거대한 희생을 치렀다”며 “한 달 뒤 외교부는 후베이에서 세계 특별 프로모션을 개최해 부활한 후베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대외 협력의 새로운 다리를 짓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지난 2019년 12월 후베이 우한에서 처음 발견됐다. 2020년 1월 23일부터 우한은 도시 전역이 봉쇄됐고, 4월 8일 봉쇄가 풀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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