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고대의 병원 '아스클레페이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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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12신 가운데 의술을 맡은 신은 아폴론이었다.

그러나 올림포스 신앙이 약화되는 기원전 5세기 이후 아폴론의 아들인 아스클레피오스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의술의 신으로 숭배되기 시작했다. 이후 아스클레피오스를 모시는 성소인 동시에 고대의 종합 병원인 아스클레페이온이 그리스 세계 곳곳에 세워진다.

그리스 정신이 해이해지고 사회가 타락한 기원전 4세기에 이르면 기복적 성격이 농후한 아스클레피오스 신앙은 널리 퍼진다. 이에 따라 300군데가 넘는 아스클레페이온이 그리스 세계 전역에 세워진다.

그 가운데 펠로폰네소스의 에피다우로스와 히포크라테스의 고향 코스 섬, 그리고 소아시아의 페르가몬의 아스클레페이온이 특히 유명했다.

아스클레페이온에 도착한 환자들은 진정제를 먼저 마시고 독방으로 인도돼 잠을 자면 아스클레피오스 신이 꿈속에 나타나 환자의 치료법을 지시해 준다. 흔히 꿈속에서 본 것의 의미는 모호하기 때문에 신전의 사제가 이를 해석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아스클레페이온에서는 온탕욕과 냉수욕을 통한 치료법, 음식을 조절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증상에 따라 의사들이 권하는 적당한 운동에 의한 치료법이 주로 쓰였는데, 때로 필요할 때에는 외과 수술도 행해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법은 정신적인 안정과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었다. 시야가 탁 트이고 기후가 좋은 곳에 아스클레페이온이 세워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또 아스클레페이온에 극장과 도서관 같은 문화 시설을 정성 들여 세운 것도 환자의 정신 건강이 중요하다는 당시 의사들의 믿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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