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문화를 찾아서, 김구철 지음, 오색필통
에헴. 선비라고 하면, 우선 이런 소리 하나 떠올릴 수 있겠다. 이 책은 선비의 외관이 되는 ‘명가와 고택’ 21곳을 두루 살핀다. 우선 건축학. 손을 타면 본디 단단한 것도 물러지니 주춧돌은 얼추 다듬고 만다. 그 위에 기둥·보·도리. 팔작지붕 유려한 곡선을 타고 건축학은 스토리로 변신해 춤춘다.
황희는 파주 반구정에서 갈매기와 벗해 황혼에 든다. 숭정·근정처럼 정(政)은 궁궐 편액에나 쓰는데 황희가 ‘감히’ 가져왔다. 안동 임청각에는 코로나 시대를 예견한 듯 손을 싹싹 씻고 드나들 수밖에 없는 건물이 있다. 일제가 중앙선 철로로 절반을 날렸다.
구례 운조루는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굴뚝을 낮게 만들었다. 논산 명재 고택은 18세기 '엄친아'의 집이다. 임금 셋이 벼슬 좀 하라고 성화였다. 집도 제자들이 앞다퉈 지어줬다.
궁금할 테다. 황희의 정(政)이, 중앙선의 의도가, 굴뚝의 낮음이, 엄친아인 까닭이. 이 책은 이렇게 고택의 생김새와 쓰임새라는 ‘밖’에서 사람과 역사라는 ‘안’으로 접어든다. 300여장의 사진이 돕는다.
에헴. 거드름인가, 으름장인가. 아니다. 저자는 고택에 깃든 선비정신의 존재를 알리는 작은 인사치레라 말하고 싶어 한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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