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작권 전환 서두르는데…美 국방차관 지명자 "지름길로 못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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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지름길로 갈 수 없다"며 조기 전환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전작권 전환은 계획에 명시된 조건에 기반" #"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 답습 안할 것" #"한·미 동맹,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중요"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가 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 홈페이지 영상 캡처]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가 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 홈페이지 영상 캡처]

칼 지명자는 4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전작권 전환은 전환 계획(COT-P)에 명시된 한ㆍ미 양측의 결정과 일치하는 조건에 기반을 둔다"며 "우리는 지름길로 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도록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한ㆍ미 동맹이 세계에서 가장 상호 운용적이고 역동적인 양자 동맹으로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군 안팎에선 "전작권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한국 측 입장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군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안보는 실무자에게 일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칼 지명자의 발언 무게는 남다르다"며 "정부는 이번 정권 내에 전환 시기를 못 박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런 속도에 보조를 맞추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1월 25일 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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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로 예정된 한ㆍ미 연합훈련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평가가 진행되지 않는 것도 이런 미국의 시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한국은 이번 훈련에 맞춰 검증 평가 3단계 가운데 지난해 미뤘던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평가를 진행하자고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연합대비태세 점검에 주력하자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가운데 칼 지명자는 "북한 핵확산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 집행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답습하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나는 '전략적 인내' 정책의 정기구독자가 아니다"면서 "북한의 위협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문제이기 때문에 하룻밤 새 해결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ㆍ미 군 당국은 전반기 연합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태의 지휘소훈련(CPX)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 [사진 미 공군]

한ㆍ미 군 당국은 전반기 연합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태의 지휘소훈련(CPX)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 [사진 미 공군]

칼 지명자는 미ㆍ중 대립에 따른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관련해선 "현재 전 세계 미군의 배치태세 검토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예단하지 않겠다"면서도 "부상하는 글로벌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작전 유연성'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인도ㆍ태평양 지역 내 미군 배치 태세는 보다 넓은 지역으로 분산돼야 한다"며 "잠재적 갈등 상황에 대비해 유사시 중국이 미국과 동맹을 이길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면 답변을 통해선 "한ㆍ미 동맹은 한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미 국방부의 최우선 전구(theater)인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안정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도전을 고려할 때 한ㆍ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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