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빨리 맞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보건복지부가 올해 독감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 기준을 갑자기 확대해 일선 보건소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접종분 주문이 지난해 말 이미 끝나 백신을 추가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감 예방주사를 일반 병원(1만5000원 수준)보다 훨씬 싼 보건소(3000원 수준)에서 맞아온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 우선 접종 대상자 확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옛 국립보건원)는 지난 3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까지 65세 이상이던 독감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낮추면서 유아(생후 6~23개월) 및 임신부와 닭.오리 사육 종사자 등도 우선 접종 대상자로 추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스 파문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아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50세 이상자와 임신부에 대해서는 지난해에도 접종을 권장했기 때문에 올해 실질적으로 늘어난 우선 접종 대상자는 유아와 닭.오리 사육 종사자"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독감 백신 접종자가 17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자는 2002년 900만명에서 지난해 150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 보건소 백신 대란 오나
서울시는 접종 대상자가 확대됨에 따라 올해 101만1000도스(1도스는 성인 2인용)의 백신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25개 구청으로부터 신청받아 지난해 12월 주문한 백신은 44만6000도스에 불과해 절반 이상 부족한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마저도 줄여 올해 39만도스만 공급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공급량(42만도스)에도 못미치는 것이어서 보건소에 공급될 백신 물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백신이 부족해 곤욕을 치렀다"며 "올해는 경기 침체로 보건소에서 접종하려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이 워낙 부족해 큰 혼잡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봄 그 해의 유행 독감을 예측해 발표하면 각국 제약회사들이 해당 균주를 수입해 만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