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강하제, 에이즈 지연시켜

중앙일보

입력

스타틴(-statin)계열의 콜레스테롤 강하제가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페인 과학연구소의 면역학자 구스타보 델 레알 박사는 미국의 '실험의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스타틴이 HIV의 숙주세포 출입을 차단함으로써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소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HIV는 면역세포에 자신의 유전물질을 주입, 면역세포 안에 바이러스 생산공장을 만든 뒤 여기서 만들어진 바이러스를 세포 밖으로 내보내 다른 면역세포를 공격하게 한다.

레알 박사는 HIV가 면역세포에 출입하려면 악틴 세포골격(actin cytoskeleton)이 재배열되고 면역세포와 바이러스 세포막에 적절한 콜레스테롤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시험관 실험과 쥐 실험에서 밝혀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레알 박사는 HIV의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체계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강력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HAART)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HIV 감염자 6명에게 콜레스테롤 강하제 로바스타틴을 한 달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HIV의 수가 줄어들고 면역세포인 T세포의 수가 증가했다. 로바스타틴의 투여를 중단했을 때는 HIV의 수가 다시 늘어났다.

스타틴은 HIV가 세포막을 열지 못하게 하는 한편 이미 감염된 세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아 결국 HIV가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레알 박사는 설명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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