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이 차기총장 후보인데···'살아있는 권력' 수사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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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4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결국 자진사퇴하면서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진 청와대와 여권이 가해 온 수사 무마 압력을 윤 총장이 막아왔는데, '윤의 공백'이 발생한 검찰에 더는 방패막이 역할을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후임 총장 후보로 꼽히는 상황인 것도 이유다.

새 총장 인선 이어 검사 인사 잇따를 전망

이날 오후 윤 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통해 사의를 밝히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하고 후임 검찰총장 인선에 착수했다.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그에 맞춰 고검장, 검사장, 차장, 부장 등의 인사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한 검찰 간부는 중앙일보에 “친정권 성향의 인물이 새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후속 인사 등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올스톱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권에 순응하는 새 총장 발탁 가능성”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 후임으로 정권에 순응하는 인사가 발탁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윤 총장 취임 당시 인사검증에 관여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당시 윤 총장이 임명되면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도 청와대가 임명을 밀어붙였고, 이후 정권에 위협이 되는 수사가 진행되자 크게 후회하는 분위기였다”라며 “이번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친정권 성향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새 총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월성원전, 울산시장 선거개입 제동 걸리나

후임 총장에 친정권 검사가 임명될 경우 당장 살아있는 권력 수사의 대표 격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의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가 가로막힐 것이란 우려부터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달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이후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인데, 여권의 거센 압박에 더해 ‘윤석열 부재’ 리스크까지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 결국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 확대는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수사 중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기소 여부는 물론 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가 수사하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무마 의혹’,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수사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이 윤 총장 사퇴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사건들이다.

신임 검찰총장으로 누가 오는지와 상관없이 주요 수사의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고위 검사는 “새 총장 임명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 일부 수사와 관련된 의사 결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권에 유리 한명숙 사건 감찰은 탄력 예상

반면 정권에 유리한 수사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행 중인 ‘한명숙 사건 수사팀의 강압수사·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감찰의 경우 친정권 성향으로 지목되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지난 3일 윤 총장 지시로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는데, 윤 총장 사퇴에 따라 임 연구관이 다시 사건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 연구관은 최근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직 발령으로 수사권을 얻기도 했다.

임 연구관이 관련 감찰을 수사로 전환한 뒤 한명숙 사건 당시 수사팀 검사 등을 기소하면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 사건도 재평가되고 여권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권에선 한 전 총리에 대한 대통령 사면이나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뒤 한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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