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공습 잦은 여름철 눈 건강 관리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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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눈을 자주 상한다.

그런 L씨10년 만의 무더위가 찾아온다는 올 여름. 벌써부터 강한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강한 자외선은 피부는 물론 눈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강한 햇볕에 많이 노출되면 가벼운 눈화상인 광각막염이나 수정체가 손상되는 백내장, 망막이 변형되는 황반변성 같은 눈 질환이 생기기 쉽다고 경고한다. 햇빛이 강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백내장 발병 비율은 실내에서 주로 일하는 사람들보다 3배나 높다고 한다.

이중 백내장이나 황반변성은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원인으로 꼽힌다. 자외선 외에도 공해 흡연 당뇨 같은 성인병도 이들 질환을 증가시킨다.

백내장이나 녹내장 하면 노인에게나 생기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요즘에는 40대에도 치료가 필요한 백내장이 느는 등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특히 실명 직전까지도 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녹내장은 안압이 높을 때 생긴다는 상식과는 달리 정상 안압에서도 생기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어두운 곳에서는 괜찮은데 밝은 곳으로만 나가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생긴 L씨(38). 안과를 찾았다가 오른쪽 눈은 0.9, 왼쪽 눈은 1.0으로 시력은 괜찮지만 오른쪽 수정체에 심한 백내장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후로 양쪽 모두 1.0의 시력을 회복했다.

눈의 수정체가 흐려져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것이 백내장이다. 수정체는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되는 조직으로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나 외상, 당뇨병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통증이나 염증은 없고 어두운 곳보다 밝은 곳에서 더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눈이 부시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현상도 나타난다.

백내장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일단 노인성 변화다. 이외에 당뇨병이나 아토피 피부염 같은 전신질환,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 오용, 외상, 선천성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당뇨가 있는 경우 백내장이 잘 생긴다. 당뇨 그 자체로도 백내장이 생길 수 있고, 노인성 백내장의 진행 속도도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당뇨로 인한 눈의 합병증 중에서 백내장보다 심각한 것은 당뇨병성 망막증. 한번 망가지면 재생이 안 되는 망막은 수정체보다 뒤쪽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만약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는 백내장이 있으면 당뇨병성 망막증이 생겨도 알아채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당뇨가 있고 백내장이 심할 때는, 빨리 백내장을 치료해야 망막을 보호할 수 있다.

백내장이 생기면 약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단지 악화되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내장이 심화돼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해지면 흐려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백내장의 치료 시기를 놓치면 녹내장, 홍채염 같은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백내장 같은 질환이 있는데도 그저 나이가 들어 눈이 나빠지는 것이려니 하다가는 치매가 될 수도 있다. 시력이 나빠져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인성 치매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자외선이 강할 때 챙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 양산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40세 이후나 당뇨병이 있을 때는 매년 안과검진을 받고, 스테로이드제 같은 약물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다음에 써야 한다.

머리와 함께 눈이 너무 아파서 병원 응급실을 찾은 H씨(51). 며칠째 계속되는 통증은 참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했다. 간단한 검사 결과 안압이 매우 높은 급성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바로 안압을 떨어뜨리는 주사로 응급 처치를 받은 뒤 레이저 치료를 받자 다시 좋아졌다.

동공이 약간 청록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은 병명이 녹내장이다. 흔히 안압이 높을 때만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정상 안압에서 생기는 녹내장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시신경이 유난히 약해 정상 안압에서도 손상되거나 시신경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손상되는 것이 원인이다.

정상 안압은 10~21mmHg. 이 같은 정상적인 안압 범위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정상 안압성 녹내장’이 미국에서는 전체 녹내장 환자의 50% 정도로 나타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70∼80%나 된다.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안압과 안저촬영으로 녹내장이 의심되는 54명을 정밀검사했더니, 21명이 녹내장으로 확진되기도 했다.

백내장 다음으로 흔한 녹내장의 증상은 시야 감소. 주변부에서부터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되면서 시야가 좁아진다.

녹내장이 급성으로 갑자기 생겼을 때는 심한 눈의 통증이나 두통, 시력 감소,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안압이 높지 않으면 뚜렷한 증상없이 진행돼 심지어 실명 직전 상태에 이를 때까지도 본인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평소 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녹내장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은 연령으로는 40세 이후(40대에서는 매년 0.1%, 80대에서는 매년 10%가량 증가된다), 당뇨병 환자,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는 경우, 눈을 다친 적이 있는 경우, 심한 빈혈이나 그로 인해 쓰러진 적이 있는 경우, 고도근시인 경우 등이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시력을 쉽게 회복할 수 있는 백내장과 달리 녹내장은 시신경 자체가 망가지는 것이므로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 조기에 발견하더라도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이 손상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 외에는 치료법이 없다.

일단 녹내장이 생기면 안압을 낮추는 안약이나 내복약, 주사제 등 약물 치료부터 시작한다. 정상 안압이라도 안압을 더 낮추면 진행이 억제된다. 약물치료로 좋아지지 않을 때는 레이저 치료를 하는데, 레이저 치료로 예방이 가능한 폐쇄각 녹내장이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심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도 중년기 이후 눈에 생기기 쉬운 안과 질환은 황반변성이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국내에도 황반변성이 많이 늘고 있는데, 65∼74세 인구의 6.4%, 75세 이상 인구의 17%가 한쪽 또는 양쪽 눈이 황반변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황반변성으로 진단된 환자만 해도 2002년에 8백49명으로 2000년의 3백53명에 비해 2.5배 가량 늘어나기도 했다.

안구의 뒤쪽 망막에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몰려 있는 황반 부위가 변성되어 시력이 떨어지거나 심하면 시력을 잃게 되는 황반변성의 초기 증상은 시력 저하나 물체의 가운데가 일그러져 보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눈에 보이는 물체나 선이 뒤틀려 보이기 시작하거나 시야가 흐리고 침침하며 작은 회색 점들이 나타나서 사라지지 않는 등의 증상이 생기면 빨리 병원을 찾도록 한다.

황반변성일 때는 레이저 치료나 제거하는 수술을 주로 한다. 광역학요법이라고 주사를 놓은 다음 주사약이 눈의 망막에 도달하면 아주 약한 레이저 빛을 망막에 쏘는 방법도 있다. 망막의 광수용체 및 세포들이 죽는 건성보다는 황반 아래쪽에 새 혈관이 생기는 습성이 치료가 쉽다.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받아 새 혈관이 발견될 때는 레이저 치료를 하면 예방도 가능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 저지방식을 하는 것이 좋고 50세 이후에는 매년 정기검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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