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성 생활

중앙일보

입력

남성들은 시각적 자극에 의해 성적 흥분을 잘 느낀다. 이런 남성들에게 옷 차림이 간소해지는 여름은 그리 싫은 계절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한여름무더위가 건강 측면에서 성생활에 부담을 주지는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습도가 높아서 살갗이 서로 닿기만 해도
찐득하게 땀이 나는 장마철은 더욱 성생활에 대한 의욕을 한층 떨어뜨린다.

동양 고전에 의하면 남녀간의 성생활은 음과 양의 교류와도 같은 것이다 .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는 때로는 따사로운 햇살로, 때로는 시원한 소나기로, 때로는 은근한 안개와 이슬비로 하늘과 땅을 오르고 내리며 서로가 교류가 되어야 땅과 하늘이 모두 비옥하고 깨끗해진다.

주야장천 소나기만 내리 쏟는다든지, 몇 날 며칠 햇볕만 내리 쪼이는 날씨 가 계속되면 세상에는 천재지변이 되어 그 세계에서는 생명들이 멸절하고땅도 하늘도 거칠고 메마른 황무지로 변하고 말 것이다.

남녀의 성생활도 일년 사철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소녀경’에 말하기를 "천지음양의 두 기운은 때로는 열 리고 때로는 닫히며 춘하추동 주야명암의 변화가 있으니, 인간도 그 같은원리를 따라 사시절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교합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이론들이 소개되고 있다. 요즘처럼 서로 몸에 닿는 것만도 짜증스러운 장마철에는 성생활도 좀 줄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우주(小宇宙)인 인체는 대우 주(大宇宙)인 자연의 계절 환경에 잘 적응하여 움직여야 무리가 없는 법이다.

역시 고전에서는 계절에 따라 사정의 빈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봄철에는 사흘에 한번, 여름과 가을에는 한 달에 두 번 사정하고 겨울에는 정(精)을 굳게 닫아 배설하지 말라"(양생요집). ‘천금방’이라는 고전 은 "태어난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큰 바람이 이는 날,큰 비가 오는 날, 안개가 크게 끼는 날, 너무 춥거나 더운 날, 뇌성 번개가 치는 날, 지진이 있는 날 등을 피해야 한다. 거룩한 장소나 우물 변소무덤이나 관 옆에서 교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가르친다.

물론 현대적 의미에서는이러한 금기들이 모두 상징적인 것이다. 꼭 자식을 얻기 위한 교접이 아니더라도 폭우가 쏟아지고 뇌성벽력이 이는 때에는 누구나 오감이 예민해지므로 행위도 격렬해져 쉽게 손상을 받을 수 있다.너무 덥거나 추운 날에는 그만큼 체력 소모가 커질 수 있다. 문자대로 따를 필요는 없겠으나 귀담아 들어두어 손해날 것 없는 충고라 생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