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檢 중수청 걱정 이해한다, 尹 직접 언급하긴 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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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와 관련,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중수청 설치를 통해 검찰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려는 데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에 대해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뒤 법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골자로 한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입법 추진에 대해 "검찰 구성원의 걱정을 잘 이해하고 있고,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뒤 법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골자로 한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입법 추진에 대해 "검찰 구성원의 걱정을 잘 이해하고 있고,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한 여러 걱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틈나는 대로 일선의 의견을 듣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윤석열 인터뷰에는 “직접 언급하긴 그렇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입법을 정면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제가 그걸 직접 언급하긴 좀 그렇다”며 말을 아꼈다. 중수청 신설과 관련한 견해를 묻는 말에도 “장관의 입장이 있지만, 먼저 말씀드리면 다양한 논의의 수렴과 조정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답변을 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 수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박 장관은 수사-기소권 분리 등 수사권 제도 추가 개편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새로운 수사권 제도의 안착과 반부패 역량 후퇴 방지 등을 당부했다고 강조해 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 수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박 장관은 수사-기소권 분리 등 수사권 제도 추가 개편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새로운 수사권 제도의 안착과 반부패 역량 후퇴 방지 등을 당부했다고 강조해 왔다. 연합뉴스

다만, 그는 ‘윤 총장과 소통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 언제나 열려 있고 만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박 장관이 윤 총장과 어떤 식으로든 만나 검찰과 소통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소통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와 중수청 설치 등은 민주당이 설계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만만찮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때 ‘패싱’ 전력이 있어서다. 박 장관은 인사 전 윤 총장과 서울고검 청사에서 두 차례(지난달 2일, 5일) 회동한 사실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지만, 정작 최종 인사안엔 윤 총장의 의견 대부분을 반영하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5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검찰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윤 총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아 형식적 만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법무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5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검찰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윤 총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아 형식적 만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법무부]

박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 수사·기소 완전 분리 등 수사권 제도의 추가 개편에 대해 줄곧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달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라며 ▶검사의 ‘검찰개혁’ 동참 ▶올 초부터 시행된 새 검·경 수사권 제도 안착 ▶수사권 조정에 따른 국가 범죄대응 역량 후퇴 방지 등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민주당이 추진하는 제도 개편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도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으로 국가의 수사 역량이나 수사의 총량에 허점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게 분명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속도조절론에 대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다”(박주민 의원)는 기류가 확산하는 등 당·청 간 의견충돌로 비화하자 “대통령도 저도 ‘속도조절’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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