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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중수청 신설 반대 분명" 작심 인터뷰 이어 대검 공식입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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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 1일 오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 1일 오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입법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여권의 뜻대로 중수청이 설치되면 검찰은 수사권 조정에 따라 남겨진 6대 범죄 수사권마저 뺏기게 되며,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사실상 공소청으로 전락하게 된다. 윤 총장은 이른바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검수완박)' 입법이 이달 초로 예고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에게 호소했다.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윤 총장은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고 걸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윤석열 "중수청 반대 입장 분명" 

윤 총장은 2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중대범죄 대상 검찰 직접수사권 전면폐지'를 전제로 한 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중수청 입법 등 '검수완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총장은 이달 초 여권의 중수청 설치법안 발의가 예고된 상황에서 입장 표명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앞서 지난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수청 신설 등) '검수완박'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수완박' 입법은 권력형 비리와 민생 피해를 부르는 '법치 말살'이라는 시각이다.

윤 총장은 중수청 반대가 검찰 권한이 아닌 국민 권익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검찰총장 지휘 밖에 반부패검찰청, 금융범죄검찰청 등을 두는 식으로 검찰 조직을 분리할지언정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식은 반부패 역량을 떨어뜨리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모든 사건을 다 수사·기소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다만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기득권 세력의 중대 범죄,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경제 사건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고 소추(기소)해 공소 유지까지 담당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윤 총장은 본인이 직접 수사한 대선자금 사건,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들며 "이 사건들이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6개 중대 범죄로 수사 범위가 축소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 수사 없이도 경찰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거나, 검찰이 개입하면 오히려 방해된다는 실증적 결과가 제시되려면 충분한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은 "윤 총장이 평소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대한 소신을 직접 밝힌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3일 오후 대구 고·지검을 방문해 일선 청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의 추가 작심 발언이 나올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진욱도 "문제 있다"…박범계 "윤석열 만날 생각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2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안팎에서도 대체로 윤 총장의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성기범 서울중앙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0기)는 이날 검찰 내부게시판에 '중수청: 일제 특별고등경찰의 소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중수청을 두고 "일본제국 시절의 '특별고등경찰(특고)'"이라며 "검사는 물론 누구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는 수사기관이며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고안한 조직"이라고 썼다.

검찰의 한 간부는 "중수청 설치는 내 편만 봐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게 가장 큰 문제"라 "검사는 법률가로서의 신분이 보장돼 있어 각종 외압에도 결기 있게 수사를 밀어붙일 수 있지만, 행정공무원인 사법경찰은 정권에 반하는 수사를 진행하고 책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3일까지 중수청에 대한 일선 청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대검은 "취합이 완료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도 이날 출근길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게 되면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윤 총장 의견을 거들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과 직접 만나 논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언제나 열려있다"며 "만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6대 수사권에 보완수사요구권까지 모두 박탈할까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황운하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21명 의원은 지난달 8일 중수청설치법을 이미 발의했다. 검찰이 가진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검사는 기소권과 공소유지권, 영장청구권만 갖도록 하고, 검찰이 담당하는 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공직자 범죄, 대형참사 등 6개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관인 중수청을 설립하겠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올해 초부터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이 적용됐는데, 38일 만에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을 올렸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TF) 차원에서 구상하고 있는 중수청 설치법안은 이르면 이번 주 발의, 6월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권이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황운하 안보다 더욱 강경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특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및 이의신청에 따른 2차 수사권을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검찰청을 아예 공소청으로 바꾸는 안 등을 포함할지 검토 중이다.

강광우·하준호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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