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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수요 억누르다 정권 말 공급 대방출…노무현 정부 판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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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4일 신규 택지로 지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광명시 옥길동 일대의 모습. [뉴스1]

24일 신규 택지로 지정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광명시 옥길동 일대의 모습. [뉴스1]

정부가 지난 24일 경기 광명시흥(7만 가구)을 포함해 10만1000가구에 달하는 신규공공택지 추진계획을 전격 발표한 데는 2·4 공급대책과 관련해 싸늘해지는 여론을 의식한 탓이 크다. 정부는 ‘공급 쇼크’라며 전국에 83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중이라는 신규택지 물량(24만3000가구)을 제외하고는 ‘실체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도심 땅을 고밀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19만6000가구),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13만6000가구)에 대한 우려도 크다. 민간의 동의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는데 공공의 수용방식 정비에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크기 때문이다.

신규공공택지 추진계획 전격 발표 #2·4대책 여론 싸늘하자 조급증 #변창흠 “무리해서 집 살 때 아니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국토교통부 장·차관은 연일 민심 달래기 행보를 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지금은 무리해서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면서 “지금 당장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계속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그 주택이 가까운 장래에 공급하는 주택이라는 점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 역시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앞으로 매달 주택공급 일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과거 노무현 정부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수요 억제에 집중하다 정권 말에 장기적 계획 없이 대규모 공급에 나서는 것을 두고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공급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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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에 되레 불을 댕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광명시흥 지구의 경우 2010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을 때 당시 토지보상 추정액이 8조8000억원에 달했다. 현재는 땅값이 많이 올라 토지보상금이 1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은 “신도시 조성을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또다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공주도’에만 집중하지 말고, 멈춰선 민간 정비사업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주택업계 전문가는 “잠실주공5단지, 은마아파트 등 서울의 민간 재건축 사업 대다수가 정부의 입김으로 서울시 인허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풀기만 해도 정부가 그렇게도 원하는 즉각적인 공급이 이뤄질 텐데, 지금껏 민간주도였던 공급시장을 자꾸 부정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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