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에 32만호 공급? 사람들을 좀 속인 거라고 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부동산 전문가인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신랄 하게 비판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신랄 하게 비판했다.

김경민(49)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대중에게 ‘하박’(하버드 박사)으로 불리는 부동산 전문가다. 하버드대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출신인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4년째 행정안전부 사회혁신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신랄한 비판을 내놨다. 지난  2·4 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사람들을 좀 속인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그를 만났다.

부동산 전문가 김경민 교수 #국토부 자료엔 ‘주택부지 추가공급’ #아파트 꼭 짓겠다는 약속은 없어 #작년 초중반 이후 집값폭등은 거품 #굉장한 유동성, 임대차3법이 원인

관련기사

서울에 주택 32만호를 공급한다는 2·4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는 ‘공급 쇼크’가 올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정작 국토부 보도자료를 보면 ‘서울 32만호, 전국 83만호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한다’고 나와 있다. (주택 부지 확보이지)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한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을 좀 속인 거라고 본다. 4년 안에 서울 땅에 강남구(23만 채)와 종로구(7만 채)를 합한 규모의 집을 짓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허허벌판에 40년 동안 아파트 지은 분당구가 20만 채다.”
땅 확보한다는 게 결국 집 짓겠다는 거 아닌가.
“‘확보했다’도 아니고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게 쉬울까.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용산 동자동 쪽방촌 개발한다고 발표하니 다음 날 쪽방촌 건물주들이 반대 플래카드를 붙였다. 임대수입이 엄청나니까. 가령 1.5평 쪽방 월세가 15~20만원이면 평당 수익이 10만원이다. 강남 타워팰리스나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평당 월 수익 10만원이 안 나온다. 그런데 보상 없이 ‘공공사업이니 임대수익 버리고 아파트 한 채 받고 나가라’면 나갈까.”
어떤 대책이 필요했을까.
“공급 쇼크가 올 거란 레토릭이 아니라 ‘언제, 얼마만큼 서울에 아파트를 무조건 짓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때를 기다린다.”
지금 서울 집값은 거품인가.
“2008년 말부터 2018년 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은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2020년 초중반부터 이어진 폭등은 거품으로 본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굉장한 유동성 있었다는 것, 둘째는 임대차 3법이다.”
임대차 3법은 뭐가 문제였나.
“약자인 세입자 보호하는 임대차 3법 취지는 동의한다. 근데 시기가 잘못됐다. 2019년 헬리오시티 1만채 나왔을 때 이게 나왔으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 구하던 사람들이 매매시장에 뛰어들었다. 6억대 아파트가 많던 노원·도봉·강북구 집값이 엄청 빠른 속도로 올랐다. 역효과를 냈다.”
4년 동안 정부는 집값 잡을 테니, 집 사지 말라고 했다.
“집값 잡는 정책 목표는 심정적으로 이해되지만 정말 잘못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면 안 된다. 정책 목적이 중산층과 서민 주거 안정화라면 집을 살 기회도 주고, 전세를 오래 살 기회도 주는 게 맞다.”
무주택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집을 살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부동산이라는 게 한번 가격이 오르면 못 따라가니까. 특히 사회적으로 더 약자들에겐 담보인정비율(LTV)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미국엔 아주 극소수에게 적용되긴 하지만 LTV 99% 프로그램도 있다. 현금 500만원 있으면 5억 집을 살 수 있다.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