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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용' 정정용 감독과 '룰라' 이상민의 합창 “올해는 1부 승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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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울 이랜드 정정용(오른쪽) 감독과 이상민. U-14 대표팀부터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이랜드]

서울 이랜드 정정용(오른쪽) 감독과 이상민. U-14 대표팀부터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이랜드]

“룰라(이상민 별명), 올핸 목표를 더 크게 잡아야지?”(정정용 감독)

K리그2 서울 이랜드 돌풍 두 주역 #2년 연속 꼴찌팀, 5위로 끌어올려 #정정용 “날 닮은 이상민, 만점 리더” #이상민 “감독님표 전술로 꼭 우승”

“감독님이 뭘 원하시는지 알아요. 척하면 척이죠.”(이상민)

프로축구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FC 정정용(52) 감독과 중앙수비수 이상민(23)의 대화는 서로에 대한 신뢰로 가득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K리그2 ‘이랜드 돌풍’의 두 주역이다. 프로축구에 갓 데뷔한 사령탑과 K리그가 처음인 선수로, 기대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앞선 두 시즌 연속 꼴찌(10위)였던 이랜드는 정 감독의 용병술과 이상민의 든든한 수비를 앞세워 5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4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간발의 차로 놓쳤지만, “이랜드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상민은 정정용(오른쪽) 감독과 닮은 점이 많다. 정 감독과 같은 포지션이고, 똑같이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사진 이랜드]

이상민은 정정용(오른쪽) 감독과 닮은 점이 많다. 정 감독과 같은 포지션이고, 똑같이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사진 이랜드]

27일 개막하는 K리그2 새 시즌을 앞두고 제주 서귀포 이랜드 전지훈련 숙소에서 둘을 만났다. 정 감독은 “(이)상민이는 14세 이하(U-14)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내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준 선수”라고 옛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중국 4개국 대회에 나설 대표팀을 구성하는데, 까까머리 수비수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수비가 안정적이고 자리 잡는 센스도 좋았다. 그게 상민이었다. 대표팀에 뽑아보니 리더십도 뛰어나서 곧장 주장 완장까지 달아줬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이후 이상민은 17세 이하(U-17) 월드컵(2015·16강), 20세 이하 월드컵(2017·16강), 아시아 23세 이하(U-23) 챔피언십(2020·우승) 등 메이저급 국제대회에서 주장 겸 간판 수비수로 활약했다. 현역 시절 중앙수비수였던 정 감독은 “상민이는 여러모로 나와 닮았다. 예민한 성격이나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플레이 스타일이 판박이다. 전술 이해 능력도 뛰어나다. 오래 가르치며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상민은 “청소년 대표 시절, 종종 (감독님을) 프로팀에서 만나 매일 배우면 어떨까 상상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이 가슴 속에 담아뒀던 꿈은 첫 만남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실현됐다.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정 감독이 이듬해 친정팀 이랜드 지휘봉을 잡고 K리그에 도전하면서다. 그는 울산 현대 소속이던 이상민을 임대 형식으로 데려왔다. 프로 경기 출전 이력이 전무한 어린 선수에게 과감히 핵심 수비수 역할을 맡겼다.

기대는 또 한 번 적중했다. 이상민은 지난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6경기에 출전해 수비라인을 듬직하게 이끌었다. 이랜드는 올 겨울 이상민을 완전 영입했다.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추게 된 스승과 제자는 같은 꿈을 꾼다. K리그2 우승, 그리고 1부리그 승격이다. 이랜드는 2015년 창단 이래로 줄곧 2부에 머무르고 있다. 정 감독은 “부임 후 2년 차인 올해는 순위표 맨 윗자리를 노린다. 물론 전술 중심엔 변함 없이 (이)상민이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상민은 “감독님의 별명이 ‘제갈용(정정용+제갈량)’이다. 특유의 팔색조 전술을 제대로 소화해 반드시 ‘승격’이라는 선물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서귀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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