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마을" 30여가구 성인 모두 담배 끊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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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작천면 삼당리 상당마을. 30여 가구 60여명의 주민이 논농사를 지으며 사는 자그마한 동네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좀체 찾기 힘든 물건이 하나 있다. 한때 집집마다 신주단지처럼 모셨던 재떨이다.

손님이라도 오는 날이면 주민들은 먼지 묻은 재떨이를 찾기 위해 마루 밑을 뒤져야 한다.

3개월 전 권대일(42)씨를 마지막으로 주민들이 모두 담배를 끊으면서 재떨이는 '골동품'이 됐다. 이 마을의 성인 남자는 27명,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은 주민은 한 사람(이상근.68)뿐이다.

작천면장을 지낸 윤순섭(71)씨가 40대 후반에 담배를 끊었으나 나머지는 20년 이상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힘든 농사 도중에 피우는 한 개비 담배는 고단함을 잊게 했다.

그러나 6년 전 금연바람이 불면서 하나 둘씩 담배를 멀리했다. 마을 개발위원장 박봉근(79)씨와 이장 권인수(66)씨가 담배를 끊는 데 성공한 것이 계기였다.

그러던 중 2000년에 흡연자들을 대거 금연 대열에 합류하도록 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던 장모(86)씨가 후두암으로 성대 제거 수술을 받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애연가들은 장씨의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장 권인수씨는 "그때부터 마을회관에서 흡연자를 멀리하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특히 부녀자들이 집안에서 재떨이를 없애라고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을 어른들의 설득으로 하루 한갑 이상 피우던 골초들도 한두 사람씩 굴복하면서 마을은 점차 '청정 구역'으로 변했다.

주민 박현수(57)씨는 "일년 전까지만 해도 논에 나갈 때 농기구보다 담배와 성냥을 먼저 챙겼었다"면서 "담배를 끊으니 깨끗하고, 건강이 좋아진 데다 돈이 안 들어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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