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기고 운동치료사 된 한동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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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불새'와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각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서진과 유지태. 두 스타의 맹활약 뒤엔 그들의 '몸을 만들어준' 한동길(韓東吉.29)씨가 있다.

"이서진씨는 '불새'에서 정장을 주로 입기 때문에 철봉 운동으로 등근육을 강화하도록 했어요. 유지태씨의 경우 '여자는…'를 위해 103㎏으로 늘려놓은 몸무게를 한달 만에 20㎏이나 빼달라고 해 식이요법과 고강도 운동을 병행시켰죠."

서울 JW메리어트호텔 피트니스클럽에서 일하는 그는 이처럼 단시간에 무리없이 체형을 변화시켜야 하는 연예인, 혹은 지병과 수술로 인해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맞춤형 운동처방'을 해주는 운동치료사다.

韓씨가 맞춤형 운동의 전도사로 나선 건 자신의 체험 때문이다. 수영선수였던 그는 고교 2년 때 택시에 치여 정강이뼈가 으스러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활치료 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7㎝나 짧아진 韓씨는 "다시는 못 걸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대학에 가서도 운동을 전공할 생각이었던 그는 죽기살기로 재활훈련에 나섰다. 석달간 물속에서 보행훈련을 한 결과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입시를 위해 몸에 안 맞는 운동을 하다가 병을 많이 얻었어요. 한쪽 다리가 짧은데 자꾸 걸으니까 척추가 틀어졌고, 다리 높이를 맞추려고 왼쪽 발 밑에 보정 도구를 넣었더니 관절염이 오더군요. 의식적으로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게 되니까 고관절도 아프고요."

잘못된 운동의 폐해를 절실히 깨달은 韓씨는 운동처방(단국대 체육과 졸업), 체육교육(고려대 대학원 졸업), 물리치료(연세대 학사과정 재학 중)를 잇따라 전공한 뒤 1997년부터 운동치료를 해오고 있다.

"6급 장애우인 저뿐 아니라 누구나 '장애'를 조금씩은 갖고 있어요. 예컨대 치과의사는 오른쪽 팔과 어깨가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죠. 이런 증상은 생활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해서 자신이 치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韓씨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려는 이들을 위해 두권의 책을 낼 계획이다. 우선 이달 말 '남자 몸 만들기 4주 혁명'(랜덤하우스중앙)을 펴낸 뒤 하반기엔 자가치료용 스트레칭을 소개하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인세 수입 전액을 복지기금에 기탁해 장애우 시설과 고아원에 운동기구를 사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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