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달리기] 진짜 마라토너가 되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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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출발선에 섭니다. 긴장되시죠?

훈련한 만큼 기록이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마라톤은 정직합니다.

혹시 풀코스를 뛸 만큼 훈련하지 못하고 나왔다면 5㎞나 10㎞ 정도만 뛰고 포기하세요. 몸 컨디션이 나쁘면 아예 출발점에서 동료를 격려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몸으로 마라톤 풀코스라는 엄청난 거리를 시험하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선수들도 경기 당일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포기합니다. 마라톤은 다치려고 하는 게 아니고 건강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전날 밤 푹 주무시고 출발 두 시간 전에 숟가락을 놓으셨겠죠. 물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겠지요. 일어나자마자 너무 차지 않은 물을 충분히 마시고, 출발이 가까워지면 조금씩 마셔야 합니다. 한번에 먹는 양은 이온음료나 스포츠음료 작은 캔의 3분의1 정도가 적당합니다.

3시간30분 이내의 기록을 세우려는 분은 출발 전에 뛰면서 몸을 푸세요. 땀이 조금 날 정도로 15~20분이 적당합니다. 그러나 완주를 목표로 하는 러너는 몸을 푸는 데 아까운 체력을 낭비하지 말고 스트레칭과 체조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페이스 계획도 세워야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뛰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려우면 초반엔 지키고 후반에 속도를 내는 것이 완주에 도움이 됩니다. 4시간을 목표로 했다면 4시간15분 페이스로 뛰다가 후반에 스퍼트해 기록에 도전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뛰거나 팔뚝에 매 5㎞의 시간을 미리 적어 두고 거기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요령입니다.

출발 총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나서지 말고 남들보다 5분 전에 출발선으로 나가 마음을 가다듬으세요. 기록이 좋은 사람은 앞에, 그렇지 않은 사람은 뒤에 서는 것이 예의입니다. 레이스 중에도 페이스가 빠른 사람은 왼쪽으로, 지친 사람은 오른쪽으로 뛰어야 달리기 쉽고 사고를 예방합니다. 걸어야 할 경우 아예 인도로 올라가는 것이 마라톤 에티켓입니다.

자기 목표보다 약간 느린 속도로 레이스를 시작하세요. 힘의 70%를 달리는 데 쓰고 30%는 저축해 두는 겁니다. 이렇게 5㎞ 정도 달리면 몸이 풀리면서 페이스가 자동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그러나 이때 빨리 뛰려는 유혹을 참아야 합니다. 페이스가 처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무너지는 것이 마라톤입니다. 레이스 후반에 탈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15㎞ 이후에도 컨디션이 좋으면 조금 스피드를 내세요. 저는 30㎞ 이후가 진짜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겨둔 힘과 정신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내는 마라톤의 묘미가 여기 있습니다.

음료 표지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붙어 준비하고 물을 안전하게 잡으세요. 뛰다가 물을 벌컥 마시면 사레가 들릴 수 있으니 물컵을 구겨 입구를 좁힌 뒤 마시는 게 좋습니다. 조금 마신 뒤 머리에 흘려 열을 식히세요.

뛰고 나면 쿨다운 운동을 하고 사우나에서 냉온욕으로 몸을 정비하세요. 술은 피하는 게 다음 레이스를 위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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