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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서 남녀 3명 숨진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전북 무주 덕유산 내 산장에서 20대 초반의 남녀 3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오후 4시 40분께 전북 무주군 무풍면 S산장에서 변모(29.인천시)씨와 김모(22.여.인천시)씨, 신원 미상의 20대 여자 등이 숨져 있는 것을 주인 하모(68.여)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있다 이날 새벽 종적을 감춘 또다른 3명의 신원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건 경위

전날(26일) 오후 8시께 승합차를 타고 S산장에 도착한 변씨 등은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27일 새벽 1시께 밖으로 나가 양주와 소주, 맥주 등을 산 뒤 1시간만에 되돌아왔다.

다시 산장으로 들어온 이들은 술을 나눠마시고 화투놀이를 하는 등 당시까지만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주인 하씨는 전했다.

특히 김씨는 이날 새벽 1-3시께 친구 이모(22.여)씨에게 3차례 전화를 걸어 "인터넷 자살 사이트 회원들과 전북 무주에 왔다. 약도 구했다. 만약 이후에도 연락이 없으면 27일 오후 2-3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했다.

이씨는 이 같은 내용을 이날 오전 9시께 숨진 김씨의 가족에게 전했고 김씨 아버지는 이날 낮 12시 30분께 인천 연수경찰서에 신고했으며, 인천 경찰은 90분이 지난 오후 2시께 전북경찰청에 상황을 전파했다.

전북경찰은 오후 2시 15분께 각 지구대에 무전을 통해 모텔과 여관 등에 대한 수색을 지시하고 숨진 김씨의 핸드폰 번호를 파악, 위치 추적에 나섰으나 결국 실패했다.

숨진 3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이날 새벽 5시께 승합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발견 당시

주인 하씨는 "새벽에 모두 떠난 줄 알고 이날 오후 방을 청소하기 위해 현관 문을 열어보니 방안에 이들 남녀가 가지런히 누운 채 숨져 있었다"면서 "이들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으며 피를 흘린 자국 등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김씨가 남긴 유서 3통과 신원미상의 여성이 남긴 유서 2통 등 유서 5통과 빈 양주 1병, 소주와 맥주 10여병이 발견됐다.

김씨는 친구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미안하다. 2개월 전부터 자살사이트에 들어갔었다"고 적었고 부모와 언니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는 "죄송하다. 누가 물어보면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전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또 신원 미상의 여성은 `경찰관 아저씨에게'라는 제목의 유서에서 "지금 먹은약은 요새 유명한 `청산가리'니까 부검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썼다.

숨진 김씨는 지난 10일 `경북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가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수사

경찰은 이들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자살카페에서 만나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것으로 보고 이날 새벽 `서울' 넘버의 승합차를 타고 떠난 남녀 3명을 찾는 한편 숨진 남녀의 가족들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이날 새벽 현장을 떠난 이들이 또 다른 장소로 옮겨 집단자살을 기도하거나 숨진 3명의 자살을 유도 및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의 연고지인 인천경찰청과 공조,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새벽에 3명이 종적을 감춘 것으로 미뤄 같은 시각을 전후로 이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인과 사망시각을 밝히기 위해 사체를 부검키로 했다.

경찰은 인터넷 카페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기로 하는 한편 신원 미상의 숨진 여자는 지문을 채취, 신원을 파악 중이다.

(무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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