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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봄철 음식 궁합

중앙일보

입력

"병은 입으로 들어간다"는 옛말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병은 입(음식)을 통해 치료된다"는 뜻이 된다.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려면 제철 식품을 즐겨 먹되, 함께 먹어서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을 잘 가려 먹는 것이 중요하다.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먹으면 약이 되고,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생년월일시나 사주가 없는 식품에 웬 궁합이냐고 의아해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두 음식을 함께 먹으면 맛.영양.위생.소화 등이 더 좋아진다면 '찰떡 궁합'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면 '밑지는 궁합'이다.

기온이 서서히 오르면서 춘곤증이 밀려오고, 대지는 건조하며, 중국에서 황사가 밀려오는 봄. 뭔가 색다른 맛을 찾고, 새콤달콤한 요리를 선호하는 계절이다.

봄에 즐겨 먹는 식품의 음식 궁합을 알아보자.

◇ 함께 먹으면 나쁜 식품
나른한 봄날,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먹었던 고사리는 문어와 같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문어와 고사리는 모두 소화가 잘 안 되므로 함께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무척추 동물 가운데 가장 머리가 좋은 문어의 맛이 가장 좋은 시기는 봄이 아니라 겨울(11~2월)이다. 봄엔 살이 단단하므로 살짝 데쳐 얇게 저며 조리해야 한다.

오이.당근.호박과 무도 잘못된 만남이다. 이 세 채소를 칼질하면 무에 풍부한 비타민C를 파괴하는 효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봄에 무생채나 물김치를 만들 때 무심코 이 세 채소를 곁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대신 미나리.쪽파.청피망을 쓰는 것이 비타민C 보전 등 영양면에서 유익하다. 비타민C는 춘곤증을 예방하는 영양소다.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며 피부.점막을 튼튼하게 한다. 또 피부를 희게 하고 감기를 예방해준다. 이 비타민이 많이 든 봄 나물은 미나리.쑥갓.달래.냉이 등이다.

찰떡 궁합, 홍어회 냉면=봄에 냉면을 먹을 때는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식초와 냉면은 세 가지 면에서 궁합이 잘 맞는다. 첫째, 냉면에서 식초가 빠지면 상큼한 맛이 없어진다. 둘째, 식초를 넣으면 피로감까지 덜 수 있다. 셋째, 식초가 냉면 사리 삶은 물.육수 등에 남은 대장균을 살균한다.

홍어도 식초와 궁합이 잘 맞는다. 홍어는 겨울철부터 산란기인 이른 봄까지 먹어야 맛이 연하고 영양이 좋다. 제철이 아니면 질기고 맛이 싱겁다. 홍어에 식초를 넣으면 홍어의 단백질이 단단해져 씹는 맛이 좋아진다. 피로의 원인 물질인 젖산도 몸에 덜 쌓이게 된다.

궁합이 잘 맞는 홍어.냉면.식초를 모두 써서 만든 음식이 홍어회 냉면이다. 이 음식은 피로와 낮잠이 밀려오는 봄에 권할 만한 별미 음식이다. 게다가 홍어는 고단백.저지방 식품으로 콜레스테롤 농도를 떨어뜨리고 간을 보호하는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하다. 냉면 사리의 원료인 메밀엔 비타민.필수 아미노산 외에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비타민 P)이 들어 있다.

소화를 위한 환상의 콤비, 문어와 무=문어 요리에 궁합이 잘 맞는 상대는 무다. 문어를 삶을 때 강판에 간 무즙을 넣고 팔팔 끓이거나 무 토막으로 골고루 잘 두드려주면 무즙이 스며들어 문어살을 연하게 한다. 문어 특유의 냄새도 없애준다.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무를 먹으면 속병이 없다"는 옛말은 무에 각종 소화효소가 풍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어는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이 흠이지만 씹히는 맛은 일품이다.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중국에선 문어와 돼지고기.연근을 함께 곤 국물을 강장.보혈식품으로 마셨다.

봄의 입맛 살리는 쇠고기 두릅 산적=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찍어 먹으면 입맛이 살아나는 봄나물 두릅. 두릅나무의 어린 잎은 단백질.미네랄.비타민C가 풍부하다. 조금 데쳐 양념한 두릅과 다진 쇠고기를 대꼬챙이에 꿰어 만든 음식이 쇠고기 두릅 산적이다. 목두채적(木頭菜炙)으로 통하는 이 음식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봄에 추천할 만하다.

이 음식은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이 잘 조화돼 궁합이 잘 맞는다. 서로 맛이 잘 어울리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특히 쇠고기에 없는 비타민C.베타 카로틴의 공급이 가능하다. 두릅을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매운맛이 없어지고 채소에 든 비타민C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인삼과 해삼의 만남, 양삼탕=인삼은 육지에서 재배되고, 해삼은 바다에서 살지만 둘은 궁합이 잘 맞는 '커플'이다.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는 해삼엔 칼슘.요오드.알긴산 등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자르면 3개월 만에 절단 부위가 재생될 만큼 재생력도 뛰어나다. 이 식품은 병으로 허약해져 소변이 잦거나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권장된다. 초장에 찍어 먹으면 단단해져 씹는 맛이 좋아진다. 인삼은 신비한 효험 때문에 예부터 귀한 약재로 쓰였다. 각종 약리 효과를 나타내는 사포닌이 20여종이나 들어 있다. 스트레스.피로.우울증 등에 효험이 있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항암 효과도 있다.

인삼과 해삼의 찰떡 궁합을 근거로 둘을 함께 쓴 양삼탕(兩蔘湯)이란 요리가 있다. 이를 한방에선 불로소양삼(不老燒兩蔘)이라 부른다.

도움말 주신 분 : 유태종 건양대 식품공학과 석좌교수.송도병원 김평자 영양과장

◇ 바로 이 요리

■ 홍어회 무침 만드는 법

① 홍어를 부엌 타월로 닦고 껍질을 벗긴 뒤 2㎝ 간격으로 썬다
② 홍어에 설탕과 식초를 뿌린 뒤 2 ~ 3시간쯤 삭힌다
③ 배.오이.당근.미나리를 4㎝ 길이로 썬다
④ 무침장(고추장.고춧가루.식초.설탕.다진 파.다진 마늘.깨소금)을 만든다
⑤ 삭힌 홍어.배.오이.당근.미나리를 무침장에 넣어 버무린다

■ 탕평채 만드는 법

① 녹두묵을 길이 4 ~ 5㎝, 너비 1㎝ 정도로 가늘게 썬다
② 쇠고기를 채 썬 뒤 갖은 양념을 해 볶는다
③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고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데친다
④ 미나리와 물쑥은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데치고 찬물로 헹군다
⑤ 이 둘의 물기를 꼭 짜서 3 ~ 4㎝ 길이로 썬다
⑥ 달걀은 흰자.노른자를 갈라 지단을 부쳐 가늘게 채 썰거나 잘게 부순다
⑦ 김을 구워서 가늘게 채 썰거나 잘게 부순다
⑧ 간장과 식초를 같은 양으로 해 설탕.깨소금.참기름을 넣어 초간장을 만든다
⑨ 묵과 볶은 쇠고기.숙주.미나리.물쑥을 초간장으로 무쳐 접시에 담는다
⑩ 달걀 지단.김채.실고추 등으로 고명을 얹는다

자료=건양대 식품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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