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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 자극할 보증서…부동산 표심 노리는 野서울시장 후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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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안으로 다가온 4·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정치권에선 “부동산이 당락을 가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에서 내 집 문제만큼 폭발력 있는 현안이 드문 데다가, 집값 폭등에 대한 반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탓이다. 지난 8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5일 전국 성인 500명 대상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정부의 2월 4일 부동산 대책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3.1%로 도움이 될 것(41.7%)이라는 응답을 앞질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나 확진자 수 등 변수가 많은 코로나19와 달리, 부동산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확실히 보여주는 보증서”라고 말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도 유권자들의 표심과 반문(反文) 정서를 일거에 자극할 부동산 공약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安 “5년간 74만호 공급…청년주택 보증금 프리”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서울 한남동 한남3재정비촉진구역(한남3구역)을 방문해 노후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서울 한남동 한남3재정비촉진구역(한남3구역)을 방문해 노후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5년간 주택 74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대표의 주택 정책은 특히 젊은 층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저소득층 청년을 위해 청년임대주택 10만호를 공급하고, 보증금 대신 보증보험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혼부부에게 우선 입주할 권리를 주고, ‘10년 입주권’도 보장하겠다고 했다. 청년주택 부지는 국철·전철 지하화로 생긴 상부 공간(5만호)과, 시유지와 노후 청사 부지(5만호)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30~60대 유권자를 겨냥해선 역세권,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을 활용해 4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외에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납부를 주택 매도 시로 미루는 ‘이연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나경원 “10년 70만호…고가 주택 기준 9억→12억”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아 노후된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아 노후된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의 부동산 공약은 ‘원·더·풀’(원하는 곳에 더 많이 짓고, 규제를 풀겠다는 뜻)로 요약된다. 나 전 의원이 내놓은 부동산 7대 공약의 앞머리에 올라와 있는 게 ‘재산세 다이어트’다. 고가 주택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고,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의 70% 수준으로 동결시켜 세금 폭탄을 막겠다는 취지다. 나 전 의원은 또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인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재산세를 50%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은 매년 7만호씩 10년간 7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간 40만호, 공공임대주택 20만호,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10만호 등이다.

서울에서 결혼, 출산을 하면 9년간 최대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준다는 파격적인 공약도 내놨다. 결혼 시 4500만원, 출산을 하면 추가로 4500만원을 지원하고, 대출이자를 3년간 시에서 대납(약 2700만원)해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인다는 내용이다.

오세훈 “7층 높이 규제 철폐로 건축 경기 살릴 것”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지역 부동산 설명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지역 부동산 설명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부동산은 숫자보단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5년 동안 주택 36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오 전 시장은 36만호 중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공급될 수 있는 주택을 18만5000호로,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을 추진해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을 7만5000호로 봤다. 나머지 10만호는 상생주택(7만호), 모아주택(3만호)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상생주택은 도심에 방치된 민간 토지를 개발한 뒤, 임대주택과 장기 전세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모아주택은 환경이 열악한 주택단지의 용적률을 상향해 필지 소유자들이 공동개발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재건축 사업이다.

오 전 시장은 2종 일반 거주지역의 ‘7층 높이 규제’를 한시적으로 없애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일대에 경제성이 높은 고층 건물을 짓도록 유도하면 공급과 건축 경기가 저절로 산다는 논리다.

조은희 “65만호” 오신환 “반반 아파트” 금태섭 “재개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부동산 햇볕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5년간 6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시의 해제된 정비 구역 393개를 재개발해 35만호를 공급하고, 아파트 재건축 35층 규제를 풀어 2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주택 10만호를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무주택 신혼부부가 분양가 20~30%를 선납하면 나머지는 30년간 장기 상환하는 방식이다.

오신환 전 의원은 “비현실적인 공급 공약은 내놓지 않겠다”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대신 ‘환매 조건부 반반아파트’ 공약을 내놨다. 아파트를 절반 가격으로 공급한 뒤 추후 서울시에 되팔 때 매매 차익의 절반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용산 캠프킴, 태릉 골프장, 상암 LH, 마곡 SH 부지 등에 반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은 “무리한 신규 공급 대신, 신속한 재개발로 부동산 숨통을 틔우겠다”는 입장이다. 해제된 정비 구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민간 주도로 재개발을 하는 ‘서울형 공공 재개발’ 공약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서민 주거 개선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금 전 의원 측은 “재개발만으로도 약 25만호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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