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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 돌아오니 손흥민도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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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나란히 골을 터트려 토트넘을 연패에서 구한 해리 케인과 손흥민(오른쪽)이 손을 마주치고 있다.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하자 부진했던 손흥민도 살아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나란히 골을 터트려 토트넘을 연패에서 구한 해리 케인과 손흥민(오른쪽)이 손을 마주치고 있다.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하자 부진했던 손흥민도 살아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한 달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29)은 “(해리) 케인이 그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7일 열린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웨스트브로미치와 홈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을 터뜨렸다. 후반 13분 역습 상황에서 루카스 모우라가 패스를 연결했다. 70m가량 내달린 손흥민이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케인이 가슴으로 툭 떨궈준 패스가 출발점이었다.

웨스트브로미치전 한달만 골 맛 #케인 패스+손흥민 마무리=팀승리 #수비 분산으로 득점 기회 열려 #추가 공격조합 발굴 모리뉴 숙제

후반 시작과 함께, 케인이 절묘한 패스를 찔러주자, 침투한 손흥민이 왼발 슛으로 연결했다. 골키퍼가 쭉 뻗은 다리에 막혔지만, ‘손케 듀오’의 전형적인 공격 패턴이다. 이처럼 케인이 복귀하면서 손흥민 역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케인은 이날 선발 명단에 깜짝 포함됐다. 지난달 29일 리버풀전에서 양쪽 발목을 다친 지 열흘 만이다. 케인이 빠진 뒤 토트넘은 3경기에서 3패를 기록했다. 득점은 1골에 그쳤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에 집중 견제당해 고립됐다.

길면 6주 정도 빠질 거로 예상됐던 케인은 서둘러 복귀했다. 케인이 전날 선발 출전을 자청했다. 케인이 슈팅 5개, 손흥민이 3개를 시도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6일 리그컵 이후 한 달, 7경기 만의 득점포다. 앞서 후반 9분 케인이 선제골을 넣었다. 토트넘은 2-0으로 이겼다.

케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손흥민, 더 나아가 토트넘의 퍼포먼스가 달라진다. 왜 그럴까.

한준희 해설위원은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토마스 뮐러 듀오도 마찬가지다. 위력적인 듀오 중 한 명이 사라지면, 나머지 한 사람도 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케인이 없을 때 손흥민은 상대 협력 수비에 막혔다. 케인이 뛰면 상대 수비가 분산된다. 케인이 상대 수비를 중원까지 끌고 내려간 뒤 절묘한 패스를 찔러준다. 케인은 토트넘 전성기 시절의 크리스티안 에릭센(현 인터 밀란)처럼 창의적인 빌드업까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도 “케인은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이상 끝”이라는 말로 그의 가치를 표현했다. 모리뉴는 “토트넘이 케인에 많이 의존하는 건 숨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케인은 올 시즌 리그 공격 포인트 1위(24개, 13골·11도움)다. 영국 BBC는 "토트넘은 2014년부터 케인이 뛴 리그 경기 승률이 56%고, 케인이 빠지면 승률 41%로 떨어졌다”고 했다.

경기를 앞두고 함께 몸을 푸는 케인과 손흥민. [AP=연합뉴스]

경기를 앞두고 함께 몸을 푸는 케인과 손흥민. [AP=연합뉴스]

손흥민과 케인은 나란히 13골로 득점 공동 2위가 됐다. 토트넘의 리그 36골 가운데 두 사람이 72%에 넣었다. ‘최강 듀오’라고 할 만하지만,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두 사람 뒤를 잇는 득점자가 3골의 탕귀 은돔벨레다.

한준희 위원은 “2인은 안 된다. 모리뉴가 이런 식의 축구를 자주했지만, 토트넘이 그중 가장 극단적이다. 첼시 때는 디디에 드록바·프랭크 램파드·아르연 로번, 인터밀란 때는 사뮈엘 에투·웨슬리 스네이더·디에고 밀리토 등 공격조합이 지금보다 많았다. 그나마 모우라가 3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토트넘 출신 저메인 제나스(38)는 “손흥민은 케인과 함께해야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둘 중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토트넘은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감독의 전술적 반전이다. 모리뉴는 지금까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웨스트브로미치는 강등권 19위 팀이자, 올 시즌 최다실점 팀이다. 11일 축구협회(FA)컵 16강전 에버턴전과 14일 리그 맨체스터 시티전이 중요하다.

한편, 손흥민 재계약에 대해 모리뉴는 “계약 기간이 2~3년 남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에 다시 태양이 드리울 때쯤에는 손흥민과 토트넘이 좋은 결말로 향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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