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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교사가 큰 쿠션으로 아이를 후려치더라…이 곳은 지옥"[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진 인천 한 국공립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장애아동 등 원생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공개하며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피해 학부모 5인은 8일 인천장애인차별연대 등 지역 장애인단체 4곳과 함께 인천시 서구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이 확인한 학대 피해사실을 알렸다.

 사진은 학대 어린이집 피해 아동의 부모가 공개한 자료화면. 보육교사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고, 아이들은 매트 위에 모여 앉아서 노트북으로 미디어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피해 아동 부모 제공

사진은 학대 어린이집 피해 아동의 부모가 공개한 자료화면. 보육교사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고, 아이들은 매트 위에 모여 앉아서 노트북으로 미디어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피해 아동 부모 제공

한 자폐 아동의 부모는 25일의 등원 동안 무려 148건의 학대를 확인했다며 “제가 본 우리 아이의 학대 영상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심했고 그곳은 그냥 지옥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체중이 20㎏이 채 안 되는 우리 아이보다 3~4배 되는 육중한 담임 교사가 크고 긴 쿠션을 공중에 한 바퀴 돌려 아이에게 휘둘렀다”며 “아이가 멀리 나동그라지자 다가와 몸을 짓눌렀을 때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장난감을 만지고 놀면 여러 명의 교사가 한꺼번에 달려와 주먹으로 얼굴을 수없이 내리치고 얼굴을 가리며 도망치고 있는 아이를 뒤쫓아와 때렸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학대 영상을 본 뒤 지난 여름 담임교사가 우리 아이를 보고 ‘너무 예쁘니 긴 머리를 자르지 마세요’라고 했던 말이 아이의 머리채를 끌고 다니려고 했던 것이란 걸 깨달았다”며 “아팠던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집에서 아이의 머리를 단발로 잘라줬다”고 호소했다.

이 학부모는 또 “(보육교사들은) 아이를 돌봐야 할 점심시간에 같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다”며 “아이들은 매트 위에 모여 앉아서 노트북으로 미디어 영상을 바라보며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0세반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말도 못 하는 아이는 기저귀로 맞고 서랍장 밑에 머리를 잡혀 밀려들어 갔다”며 “(보육교사는) 쿠션으로 아이를 괴롭히며 입에 손을 넣고 운다고 손과 머리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명의 선생님에게 둘러싸인 채 아이는 맞고 머리를 잡힌 채 들어 올려졌다”며 “다른 아픈 아이는 책상에 올려뒀던 커피를 쏟았다고 마스크를 벗기고 걸레로 얼굴을 맞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8일 오전 인천시 서구청사 앞에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장애인 단체와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 5명이 서구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가해 교사들에 대한 엄중 처벌과 후속대응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전 인천시 서구청사 앞에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장애인 단체와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 5명이 서구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가해 교사들에 대한 엄중 처벌과 후속대응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인천장애인차별연대 등 4개 단체는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2주 이상 지났으나 피해 아동들은 제대로 된 치료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로부터 약 2개월간 확인된 CCTV영상 속에서 6명의 교사로부터 무려 268건의 학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해들었다”면서 “한명의 아동에게만 무려 148건의 학대가 있었음이 확인됐고, 학대는 대부분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에게 집중됐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또 “서구청은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출근 정지와 함께 행정편의식이 아닌 가족의 의견을 수렴해 안전이 담보되는 어린이집에 아동을 전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극심한 아동학대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아동과 스트레스로 피해를 입은 가정에 심리치료 지원 병행은 물론,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은 올초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학부모가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고 아동복지법위반 등 혐의로 소속 20~30대 보육교사 6명을 입건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11~12월 어린이집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1~6세)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어린이집 원장도 관리·감독과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앞서 경찰이 2개월치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한 학대 의심 행위는 2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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