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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자사주 보너스 300억 쏜다 “1년이상 보유하면 추가 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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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K텔레콤의 김모 매니저는 성과급 1000만원 중 절반은 현금, 나머지 절반은 회사 주식으로 받을 예정이다. 이 회사가 도입한 자사주 성과급 제도를 활용해서다. 김 매니저가 받을 자사주는 20주(491만원)다. 이 주식을 팔지 않고 1년 이상 갖고 있으면 주식을 취득한 날의 주가를 기준으로 10%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3일 코스피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주가는 24만5000원에 마감했다.

“회사와 함께 크자” 자사주 성과급 #SKT, 일반 직원까지 주식 나눠줘 #네이버, 임원 90명에 상여금 8820주 #한미반도체, 100억원대 지급 검토 #주가 오를 기대감 높은 기업선 인기

자사주 성과급

자사주 성과급

회사 주식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기업이 잇따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성과급을 현금 또는 자사주로 지급한다고 3일 밝혔다. 현금과 자사주를 섞어서 성과급으로 주는 ‘구성원 주주 참여 프로그램’이다. 이 회사가 올해 지급하는 자사주는 302억1859만원(12만3090주)어치다. 벤처기업이 아닌 대기업이 일반 직원까지 회사 주식을 성과급으로 나눠주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본인에게 주어진 성과급 범위 안에서 10주 단위로 원하는 만큼 회사 주식을 선택할 수 있다. 1년 이상 팔지 않으면 10%를 추가로 받는다. 이장희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유를 하면 ‘짬짜면’(짬뽕+짜장면) 같은 보너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에게) 로열티(충성심)와 동기 부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금운용 측면에서도 현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것보다 유리해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임원 90명에게 회사 주식으로 상여금을 지급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5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1000주(3억5500만원),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박상진 재무책임자(CFO)는 각각 700주(2억4850만원)을 받았다. 70명 전체로는 8820주(31억3100만원)이다. 이번에 회사가 지급한 주식은 일정 기간 팔지 못하고 맡겨야 하는 기간(보호예수 기간)이 없다. 따라서 주식을 받은 사람이 원하면 언제든지 팔아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3일 네이버 주가는 37만500원에 마감했다. 한 대표의 경우 1550만원의 평가이익을 얻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한미반도체도 자사주 지급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급 규모는 100억원대로 전망한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임직원 1인당 평균 1900만원 수준이다. 자사주 지급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 자사주 지급 1년 후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 매니저 자사주 지급 1년 후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임직원들이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받으면 주가 변동에 따라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주가가 오르면 임직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기업은 직원들이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주로 정보기술(IT)·바이오 기업들이 (자사주 성과급을)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가 회사원이 되면서 ‘공정’이 주요한 테마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에서 ‘성과급 산정방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자사주 지급이 (성과급의) 보조적 차원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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