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스톱! 설 연례행사 밤샘 고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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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왔다. 여러분은 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차례와 성묘를 하며 모처럼 고향 친지를 만나 덕담을 나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러나 행여 고스톱으로 날밤을 새울 각오라면 다시 생각해주기 바란다. 고스톱이 여러분의 건강에 미칠 해악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첫째, 고스톱의 최대 희생양은 여러분의 척추다.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은 누워 있을 때 1이라면 서 있을 때 2, 앉아 있을 때 4가 가해진다.

앉아 있더라도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을 경우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을 때보다 척추에 두배나 되는 하중이 가해진다. 무심코 취하는 고스톱 자세는 누워 있을 때보다 척추에 무려 7배나 많은 일을 강요하는 셈이다. 이런 자세로 서너 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없던 디스크도 생길 판이다.

설 연휴 뒤끝에 디스크가 잘 생기는 이유는 ^ 연휴 내내 고스톱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체증으로 하루종일 차에 갇혀 있다시피 하며^집에 도착해 차 트렁크에서 무거운 물건을 꺼내는 무리한 자세 3박자가 겹치기 때문이다.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낼 땐 일단 물건을 트렁크 안쪽에서 몸까지 바짝 끌어당긴 뒤 한쪽 발을 범퍼에 걸친 채 허리보다 무릎을 굽혀 들어야 한다.

무릎은 편 채 허리만 굽힌 뒤 팔을 쭉 뻗쳐 트렁크 깊숙이 위치한 물건을 꺼내다간 여지없이 디스크가 튀어나오게 된다. 평소 허리가 약한 사람은 가능하면 바닥보다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에서 고스톱을 치며 30분에 한번은 일어서서 허리를 뒤로 젖혀주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고스톱은 혈관에도 해롭다.

알다시피 오래 움직이지 않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게 되면 혈액순환 장애로 혈관에서 혈전(血栓)이란 부스러기가 잘 생긴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뇌혈관 등을 막으면 이것이 바로 뇌졸중이다. 특히 혈압이 높고 고지혈증과 당뇨로 평소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은 장시간 고스톱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고스톱은 심장에 좋지 않다.

심장은 정적인 동작에서 용을 써야 하는 극적인 심리변화에 취약하다. 고스톱 상대와 밀고 당기다 보면 여러분의 심장은 심각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예기치 않은 뒤집기에 성공이라도 하면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면서 협심증 등 심장마비 발작이 생길 수 있다.

골프에서도 드라이브 샷처럼 육체가 활발히 움직일 때보다 퍼팅처럼 정적인 긴장이 강요될 때 심장마비가 잘 생긴다. 영어론 '카디액 퍼트(cardiac putt)'라고 한다. 한번이라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발작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너무 내기에 연연해 긴장상태로 고스톱을 해선 곤란하다.

넷째, 고스톱은 불면증 등 생체리듬의 파괴를 초래한다.

이유는 대뇌 속 도박중추가 과도하게 흥분하기 때문이다. 정신의학적으로 패를 쪼는 도박의 스릴은 성적 오르가슴과 맞먹을 정도로 강렬하다.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도 주색잡기(酒色雜技) 중 가장 끊기 어려운 것이 이른바 잡기라는 도박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과도한 고스톱은 생체리듬을 파괴해 연휴 뒤 여러분의 직장생활을 방해할 수 있다.

다섯째, 고스톱은 무릎에 좋지 않다.

바닥에 쪼그려 앉는 자세는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쪼그려 앉을 경우 무릎 관절은 서 있을 때보다 7 ~ 8배나 되는 부담을 느낀다. 무릎이 나쁜 사람은 반드시 의자에 앉아 가급적 무릎을 편 채 고스톱을 즐기기 바란다.

고스톱이 나쁜 마지막 이유는 음주와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새해 금연과 절주 결심이 흔들리게 되는 결정적 계기도 고스톱일 때가 많다. 자제력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동료 중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무너지게 마련이다.

평생 건강을 위한 여러분의 굳건한 약속이 한낱 고스톱으로 작심삼일이 된다면 이보다 슬픈 일도 없다. 고스톱을 할 땐 동료들과 술과 담배를 하지 말자는 약속부터 하면 어떨까 싶다.

친목 도모 차원의 가벼운 고스톱까지 말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날밤을 새울 각오라면 재고해 주기 바란다. 이번 설만큼은 고스톱의 유혹에서 건강을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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