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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탄핵 거론 사표 반려" 김명수 "탄핵 말한 적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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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과 지난해 5월 사의 면담 당시 ″탄핵 발언"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왼쪽).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과 지난해 5월 사의 면담 당시 ″탄핵 발언"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왼쪽).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사의를 표명한 임성근(사법연수원 17기)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탄핵" 관련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른 당사자인 임성근 부장판사는 반면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 받을 수 있다고 했다"며 정면 반박했다. 두 사람이 독대에서 탄핵 발언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명수·임성근 작년 5월 독대 "탄핵 발언" 진실 공방 #김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 못 한다는 발언 안 해" #임 "수리하면 국회 탄핵논의 못해 비난받는다 해"

김·임, 모두 작년 5월 독대자리 사의 표명 사실엔 동의 

3일 대법원 등에 대한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22일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기 위해 김 대법원장을 만났다고 한다. 신장결석과 장기에 발생한 종양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사의를 반려했다. 여기까진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양측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날 한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대로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사표를 받으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라는 발언을 했는지 여부다. 사실일 경우 김 대법원장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을 고려해 사표를 반려했다는 정치적 중립 논란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 "건강상태 지켜보며 생각해보자 했을 뿐" 

김 대법원장 측은 이날 중앙일보 사실관계 확인 및 입장 요청에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 요청으로 2020년 5월 면담을 했다"며 "대법원장은 당시 면담에서 임 부장판사의 건강문제와 신상(사의)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임 부장판사가 당시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탄핵 발언'여부에 관해선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사임)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임성근 "대법원장은 정치적 상황 고려해야 한다며 탄핵 발언" 

반면 독대의 다른 당사자인 임성근 부장판사는 변호인을 통해 "대법원에서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다"며 정면 반박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담낭 절제, 신장 이상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직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사표를 제출했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도 건강상 이유로 사표 제출 사실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탄핵’ 언급에 대해선 "당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은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논의를 할 수 없게 되어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며 "현재도 임 부장판사 사표는 대법원이 보관중"이라고 덧붙였다.

임 부장판사 면담 녹취설 등 법조계 진실 논란 확산 

양측의 진실 공방이 벌어진 것과 관련 이미 법원 내에 소문이 돌았던 정황도 확인됐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의 사직 이야기와 대법원장이 이를 반려했다는 이야기는 전언으로 들었다”며 “김 대법원장이 직접 ‘탄핵’을 언급했다기보다는 ‘누구 좋아하라고 사의를 받아주냐’는 뉘앙스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장판사는 “재야 법조계 인사에게 명확하게 당시 상황을 전해 들었다. 임 부장판사가 당시 면담 녹취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기도 했다.

임 부장판사가 대법원을 찾아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지난해 4·15 국회의원 총선거 직후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압승한 총선 결과에 따라 21대 국회 초반 법관 탄핵 이야기가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본격화되기는 이전의 일이었다.

실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8개월여 뒤인 지난 1일에서야 발의됐다.

법조계 "사실이면 대법원장, 삼권분립·정치중립 위반"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만약 김 대법원장이 사표 반려 이유로 여권의 탄핵 추진을 언급했다면, 이는 명백하게 삼권분립을 위배하는 행위로 그 자체가 탄핵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임 부장판사에 대한 법원 내부 징계 절차가 끝나 '견책' 결정이 관보에 실린 상황이었다.

해당 판사는 가정적인 상황임을 전제로 “법에 따라 결정한 징계 절차에서 견책을 받았는데도 ‘탄핵 가능성’을 이유로 사직을 거부했다면 명백한 정치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 관계자는 “임 부장판사와 전화 통화도 자주하고 당시 건강 문제나 면담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면서 "상식적으로 대법원장이 (여당의) 탄핵 때문에 법관의 사직서 수리를 거부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반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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