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주인 기다리며 한자리에…주차원과 떠돌이개의 애틋한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주차장에 사는 개 '다황'은 성인 남성만 보면 꼬리를 흔들며 쫓아간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뒷걸음질 친다.

5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주인 셴을 기다리는 개 다황. 주차원이었던 셴은 살아 생전 떠돌이 개였던 다황을 3년 간 지극 정성으로 돌봐줬다. [웨이보 캡처]

5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주인 셴을 기다리는 개 다황. 주차원이었던 셴은 살아 생전 떠돌이 개였던 다황을 3년 간 지극 정성으로 돌봐줬다. [웨이보 캡처]

뒷모습은 닮았지만, 익숙한 주인의 냄새가 아닌 걸 알아차린 것이다. 다황은 이렇게 지난 5년간 같은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주인은 다황이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떠돌이 개 3년간 돌본 中 주차요원 #암으로 세상 떠나 더는 볼 수 없는데 #주차장 떠나지 않고 5년간 기다려

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중국 랴오선완바오 등은 다황과 개 주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2012년 선양의 한 주택 단지에서 주차 요원으로 일하던 라오 셴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다황을 처음 발견했다. 늘 굶주린 듯 비쩍 마른 떠돌이 개 다황은 셴의 저녁 식사를 훔쳐 먹고 있었다.

다황이 주인 셴과 비슷한 남성을 쫓아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다황이 주인 셴과 비슷한 남성을 쫓아가고 있다. [웨이보 캡처]

불쌍한 마음이 든 그는 개를 돌봐주기로 결심했다. 셴은 주차장 한쪽에 다황의 집을 지어주고, 매일 먹이고 목욕도 시켰다. 이후 3년 동안 둘은 동네에서 소문난 단짝이 됐다. 매일 아침 다황은 셴이 출근하기만을 기다렸다가 멀리서 그가 보이면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다황은 셴의 충실한 파트너 역할도 했다. 주택 단지에 낯선 차량이라도 보이면 얼른 짖어 셴에게 알려줬다.

그러던 2015년 어느 날 갑자기 셴이 출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암으로 투병하던 그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었다. 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는 바람에 다황과 작별의 시간을 가질 사이도 없었다.

이후 다황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셴을 찾아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셴과 닮은 사람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뛰어가 냄새부터 맡는다. 하지만 곧 셴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뒷걸음친다.

동네 주민이 주차장을 떠나지 않는 다황에 음식을 건네고 있다. [웨이보 캡처]

동네 주민이 주차장을 떠나지 않는 다황에 음식을 건네고 있다. [웨이보 캡처]

이렇게 셴을 찾아 헤매다가도 오후 3시만 되면 다황은 황급히 주차장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오후 3시는 셴이 오후 근무를 시작하던 시간이다.

이렇게 셴을 찾아다니다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누군가 다황을 보신탕 가게에 팔아넘긴 것이다. 다행히 사라진 다황을 찾아 나선 동네 주민들이 발견해 돈을 지불하고 다황을 다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아는 주민들이 다황을 입양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지만, 셴을 기다리는 다황은 좀처럼 주차장을 떠나려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동네 주민들은 입양을 포기하고 주차장에 새집을 지어주기로 했다. 추운 겨울 다황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내게 하기 위해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