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의료원]의사는 인격과 실력 모두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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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병원의 슈바이처 되겠다' 흉부외과 지행옥 교수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와 전국 의료봉사 앞장서 화제

30여년 동안 심장병 어린이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며 사랑과 봉사의 참 길을 걸어온 의사가 있다.

1972년부터 한국심장재단과 함께 심장병 어린이들을 무료로 진료해왔고, 1998년부터는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와의 협력 속에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웃들을 아픔을 따뜻한 마음으로 치유해 온 의사가 바로 지행옥(흉부외과) 교수이다. 어린이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의 곁을 지키는 지 교수를 만나보았다.

- 무료 진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린 시절 시골학교의 교장선생님이셨던 아버지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학교 사택에 딸린 작은 텃밭도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이 경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시는 아버지의 품성을 이어받은 것 같다.

어린 시절 가난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의사가 되어서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노력하고 싶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환자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료진료뿐이다. 이 일은 나를 무척이나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남을 돕는 것은 바로 자신을 돕는 일이고 자신이 행복한 일이니 나에게는 무료 진료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최근 ‘사랑실은 교통 봉사대’와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랑실은 교통 봉사대’는 전국의 택시기사들로 구성된 단체로써, 택시에서 껌을 판매하고 그 수입금과 후원금을 모아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의 대장이 나와 초등학교 동창이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그때부터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전국을 순회하며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울릉도를 시작으로 거제, 제주도, 광주, 진주, 서해의 섬 마을 등 전국에 가지 않은 곳이 없다. 또한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와 한양대학교병원이 자매결연을 맺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의 소개로 지금까지 3백여명의 수술을 집도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이제껏 내가 수술한 모든 환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아들에게 건강을 찾아주어 병원으로 떡을 해서 가져온 아주머니도 기억난다. 고국인 베트남에서 멀리 한국까지 온 외국인 노동자를 수술한 적도 있다.

그 중에서 특별히 캄보디아에서 왔던 ‘소말‘이라는 환자가 기억난다. 캄보디아 한 교민의 소개로 심장병 수술을 맡았다. 너무나 위험한 수술이었는데 다행히도 무사히 성공했다. 지난 11월에 캄보디아로 무료진료를 나갔을 때 다시 만났다.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고 볼에다 뽀뽀하고 아양을 떠는 데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소말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었다. 내가 수술을 한 환자들의 건강한 모습을 볼 때는 정말 행복하다.

- 의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의사라면 ‘인격‘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내 몸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실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환자를 사랑하고 존중해도 실력이 없으면 환자의 아픔은 치유되지 않는다.

'인격'과 '실력'은 의사에게 두 다리와 같다. 둘 중 어떤 하나라도 없다면 그 의사는 절음발이 의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제자들에게 강조한다. 수업시간에 의료지식과 기술을 배우지만 생활속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는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내 주위에는 부유한 사람보다, 힘있는 사람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부유한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똑 같이 생명이 하나인 사람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리고 지난 11월에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의 지국이 태국에서 창단되었다. 그때 태국과 캄보디아로 진료봉사를 갔는데 의료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해 많이 안타까웠다. 그 나라의 환자들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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