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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동강 맥주가 더 맛있다’던 한국통 튜더, ‘외로움’ 책 냈다

중앙일보

입력

다니엘 튜더가 고독에 대한 책을 펴냈다. 28일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촬영에 임한 튜더. 임현동 기자

다니엘 튜더가 고독에 대한 책을 펴냈다. 28일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촬영에 임한 튜더. 임현동 기자

다니엘 튜더(40)를 처음 인터뷰했던 2012년, 그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 입문서 격인 첫 책을 막 출간한 참이었다. 제목은 『한국: 불가능한 나라(Korea: The Impossible Country)』. 당시 영국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이었던 그가 한국 사회를 분석한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됐다. 그리고 9년 후인 이달, 그를 저자로 다시 만났다. 이번엔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이라는 책을 냈다. 이전 책이 외국인으로서의 튜더의 시각을 견지했다면 이번 책은 한국 사회에 완벽히 녹아든 튜더의 이야기다. 한국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외로움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한 다니엘 튜더. 임현동 기자

자신의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한 다니엘 튜더. 임현동 기자

지난 28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난 튜더는 스스로를 한국어로 “괴짜 노총각”이라고 소개했다. 그에게 먼저 물었다. 왜 ‘고독’과 ‘산책’인지. 그는 “스마트폰에 수천 명의 친구들이 있고, 더 좋은 이성 친구를 사귈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대인데, 이상하게 더 외롭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선사했지만 그만큼 ‘가능성의 덫’에 걸려 외로운 게 오늘날 우리인 것 같다”고 썼다. 그리고 외로움이며 이런저런 삶의 이유로 힘들 때 큰 힘이 되어주는 게 ‘걷기’라고 했다. 책 제목에 산책을 넣은 이유다.

첫 책과 이번 책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이 “북한 대동강 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있다”는 기사로 일대 파란을 일으켰고, 퇴사를 한 뒤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엔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 자문위원으로 정계에 발도 살짝 담갔다. 여성 방송인과 열애설에도 휩싸였고 명상 앱을 출시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책을 출간한 지금도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다. 조선시대 말기 파란만장한 역사에 관심을 갖고 소설을 집필 중이다. 소설 주인공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이강. 의친왕으로도 알려진 이 인물에 대해 그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관심사가 꽤나 다양하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새로운 거에 관심이 많았다. 쉽사리 싫증을 내는 성격 탓도 있겠고(웃음). 학교에서도 ‘4차원 모범생’으로 불렸다. 엄마는 내게 항상 ‘얘 제발 그냥 좀 평범하게 살면 안 되겠니’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언젠가 정치하려고 스펙 쌓는 건 아닌가.  
“(손사래를 치며) 오우 노우! 절대 아니다. 권력은 곧 속박이다. 나는 누군가를 속박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속박당하는 것도 질색이다.”  
이렇게 부지런하게 사는 이유는.  
“감사히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까. 팬데믹 시대에 그냥 넷플릭스나 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다.”  

책은 영국인 특유의 유머와 솔직함이 주요 양념이다. 치부라고 숨기고 싶어할만한 얘기도 덤덤히 던진다. 아버지가 자살시도를 했던 2016년의 이야기부터 어머니의 심리적으로 어려웠던 어린 시절 등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인간은 모두 외로운 존재라는 담론을 끌어낸다.

스마트폰 속 수천명보다 진실한 친구 몇 명이 소중하다는 다니엘 튜더. 임현동 기자

스마트폰 속 수천명보다 진실한 친구 몇 명이 소중하다는 다니엘 튜더. 임현동 기자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 매료된 것을 계기로 서울에 정착한 그에게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그런 그가 건네는 애정어린 비판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머스터베이션(musturbation)’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가 만들어낸 이 용어는 “~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특정 목표에 모든 것을 걸고, 결과적으로 고통을 자초하는 것” 정도로 풀이된다. 튜더는 “한국사회에선 여전히 특정 나이가 되면 특정 수준의 학교 및 직장에 들어가고, 특정 나이가 되면 특정 범위의 배우자를 만나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등의 머스터베이션이 강한 것 같다”며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라고 반문한다.

그자신부터가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나는 태어난 나라에서 살고 있지 않고,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고 소속된 회사도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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