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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사회주의 아닌 군주제 국가 … 중국처럼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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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은 방북 경험을 토대로 “평양의 도심은 뉴욕의 맨해튼 같아서 ‘평해튼’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며 “북한의 변화 속도는 빠르다”고 말했다. [사진 다니엘 튜더 페이스북]

북한 대동강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있다고 주장해 한국에 ‘맥주 파란’을 일으킨 다니엘 튜더(34)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이 북한 사회 면면을 들여다본 책을 낸다. 평양 방문 경험을 녹인 이 책은 영미권에서 다음달 14일 발간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서평에서 “북한 사회를 생생히(visibly) 다뤘다”며 “주목할 만한(noteworthy) 수작”이라고 평했다. 제목은『북한 컨피덴셜: 장마당, 패션 트렌드, 정치범수용소, 반체제인사들과 탈북자들(사진)』. 로이터통신 서울특파원이자 북한전문가인 제임스 피어스와 함께 펴냈다.

현재 영국 런던에 있는 튜더와 29일 e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북한에도 ‘코리안’들이 살고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튜더와의 문답 요지.

  - 북한 관련 책을 쓰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다양한 북한 내외 인사를 만났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직접 안다는 이들도 포함해 정보요원부터 사업가까지 두루 만났다. 기자 경험을 살려 취재원을 만나고 다각도의 얘기를 들었다. 북한과 관련한 많은 책이 가정·가설에만 근거를 두고 있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 그래서 내린 결론은.

 “‘북한=사회주의’라는 전형성은 끝났다는 것이다.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닌 군주제 국가다. 지금은 봉건제 국가로 진화했다.”

 - 북한이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대처하는 자세는 어떤가.

 “북한 체제 역시 자본주의 바람은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바람을 이끌어가려 한다. 북한으로선 줄타기 곡예처럼, 한발 잘못 디디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모험과 같다. 이 상황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를 연상시킨다. 몰락한 양반이 부유해진 상인계급과 혼인을 하는 등 사회가 혼란을 겪었던 시기 말이다. 북한에 있어선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겪었던 배고픔이 임진왜란에 비견되는 사회 변화의 분수령이다.”

 - 남북관계가 꽁꽁 얼었다. 해법을 조언한다면.

 “북한의 특성상 오늘은 경색됐더라도 내일 당장 풀릴 수 있는 게 남북관계다. 언제든지 북한과 대화할 준비를 갖추어놓되 성급하게 대화에 임하며 품위를 손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한 비판은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인권은 정치를 뛰어넘는 인류의 기본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 남북관계에 밝은 미래는 있다고 보나.

 “북한은 결국 느리지만 꾸준히 자기 방식의 길을 갈 것이며 종국엔 중국처럼 독재 자본주의로 진화할 것이다. 북한 체제의 미래에 대해선 규범적(normative)이 아니라 긍정적(positive)으로 접근하고 싶다. 북한 체제의 정치적 통제력은 확고하지만 사회적·경제적 통제력은 약화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답이 될까. 내게 마술봉이 있다면 북한 체제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다고.”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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