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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열나는 사람은 20%뿐…그래도 발열 검사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발열’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발열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20% 수준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발열’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발열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20% 수준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년 넘게 유행하며 이제 건물이나 식당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발열’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발열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20% 수준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22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지침’ 최신판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주요 임상 증상은 발열(37.5℃ 이상), 기침, 호흡곤란, 오한, 근육통, 두통, 인후통, 후각·미각 소실 또는 폐렴 등이다.

하지만 방대본 환자정보관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발열 증상을 경험한 경우는 입원환자 19%,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1.9%뿐이었다. 방대본 환자정보관리단은 지난해 4월 6~30일 퇴원하거나 사망한 확진 환자 7803명의 의료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했다.

방역 당국도 발열 검사의 한계에 대해 알고 있다. 지난해 4월 방대본 환자정보관리단이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임상 정보 1차 분석보고서’에도 란셋에 실린 논문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흔하게 경험한 증상은 ‘기침’으로 입원 환자 42.5%,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15.0%가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가래(입원환자 약 29%,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약 19%)였고 발열은 세 번째였다.

지난해 4월 방대본 환자정보관리단이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임상 정보 1차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흔하게 경험한 증상은 ‘기침’으로 입원 환자 42.5%,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15.0%가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가래(입원환자 약 29%,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약 19%)였고 발열은 세 번째였다. 온라인 캡처

지난해 4월 방대본 환자정보관리단이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임상 정보 1차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흔하게 경험한 증상은 ‘기침’으로 입원 환자 42.5%,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15.0%가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가래(입원환자 약 29%,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약 19%)였고 발열은 세 번째였다. 온라인 캡처

그런데도 방역 당국이 일상에서 발열 검사를 자주 하도록 권장하는 이유는 체온만이 유일한 ‘객관적’ 지표여서다.

전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보편적 특징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었다”며 “당시에도 발열 증상을 보인 코로나19 환자는 30%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발열 증상을 검사에 이용하는 건 다른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서다”라며 “그렇기에 코로나19 방역이 정말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침이나 피로도 등도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주관적이고 수치화해서 볼 수도 없다”며 “미군이 식초 냄새 등을 맡게 하는 등 후각 이상 증상으로 검사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거짓말할 경우 이를 걸러 낼 수 없다. 또 후각 이상 증상 역시 코로나19 환자 전원이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초기에 나타나지도 않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인 3일 오전 광주 서구 26지구 제11시험장인 광덕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전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인 3일 오전 광주 서구 26지구 제11시험장인 광덕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전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원래 무증상 비율이 3~40% 수준이라 발열 검사 외에 좋은 대안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코로나19에 걸리면 초기 며칠간 열이 나다가 입원할 때쯤 열이 떨어지기도 해서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발열 증상을 보인 환자가 기록된 수치보다 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약을 먹으면 발열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고, 소아 환자는 발열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선별진료소에서 열을 기준으로 걸러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초창기 세운 기준을 국내 환자들의 임상 증상을 반영해 바꿀 때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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