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루스벨트는 소아마비 아닌 기앵바레 증후군

중앙일보

입력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미국대통령은 1921년 서른아홉의 나이에 두다리가 마비되는 병에 걸리지만 이러한 장애를 딛고 대통령직에까지 올라 20세기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이 그의 장애는 바로 소아마비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몇몇 의사들과 아마추어 의학사 연구자들이 루스벨트가 앓았던 병이 소아마비라는데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MSNBC가 30일 보도했다.

미 텍사스 의대의 아먼드 골드먼 석좌교수와 동료 의사들은 저널 오브 메디컬 바이오그래피(the Journal of Medical Biography)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루스벨트가 소아마비가 아닌 '기앵 바레 증후군'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기물 등에 기록된 루스벨트의 증상과 20세기초 역학기록 등을 토대로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앵 바레 증후군은 루스벨트의 두다리가 마비될 당시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면역체계 질환이며 소아마비와 증세가 매우 유사하다. 이 질환은 근육의 힘이 약해지거나 마비되는 것이 특징이며 다리에서 시작해 머리까지 확산될 수 있다.

연구팀은 당시 39세였던 루스벨트가 소아마비에 걸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1950년대 소아마비 백신이 개발되기 전 대부분의 소아마비 환자는 소아기때나 어린이때 발병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1916년 소아마비 발병사례 가운데 성인들이 이 병에 걸린 사례와, 현재 성인들이 기앵 바레 증후군에 걸리는 통계치를 환산한 결과 루스벨트가 소아마비에 걸렸을 가능성은 39%인 반면 기앵 바레 증후군에 걸렸을 가능성은 51%로 나타났
다고 밝혔다.

또 루스벨트 자신과 그를 간호한 친지, 의료진 등이 기록한 증상들을 면밀히 관찰, 그 증상에 따른 질병발병 가능성을 추정한 결과 8가지 증상 가운데 6가지가 기앵 바레 증후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그러나 소아마비 전문의와 역사학자들은 이 논문이 몇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반론을 폈다.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 소아마비는 초기단계에 격렬한 운동을 할 경우 마비증상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루스벨트가 발병 당일 수영과 배타기, 달리기 등 운동을 매우 심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어릴적 부터 개인가정교사를 두고 뉴욕의 대저택에서 또래의 아이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은 채 성장한 루스벨트는 외부와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해왔다.

그가 14세때 코네티컷의 그로튼스쿨에 입학한 직후 홍역과 볼거리를 앓았던 점에 비춰 볼 때 30대 후반에 소아마비에 걸린 것은 이상할게 없다고 역사학자들은 반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