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획기적 수술법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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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눈병인 백내장을 수정체 속에 특수 젤(gel)을 주입해 치료하는 획기적인 수술법이 개발되었다.

호주 정부의 국제시력협동연구센터(VCRC) 연구팀은 13일 백내장 환자의 뿌옇게 흐려진 수정체를 제거하지 않고 혼탁된 내용물만 제거하고 대신 젤을 주입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VCRC는 지금까지 토끼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 성공했고 앞으로 원숭이 실험을 거쳐 내년 말까지는 백내장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이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백내장 수술에 혁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VCRC의 아서 호 박사는 각막을 작게 절개한 뒤 수정체 피막에 작은 구명을 뚫어 수정체의 내용물을 흡입, 제거하고 대신 젤을 주입하게 된다고 밝히고 주입된 젤은 자외선 조사를 통해 젤리로 변형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호 박사는 덧붙였다.

1980년대 말 미국 마이애미 대학 연구팀이 늙은 원숭이의 수정체의 내용물을 빼고 실리콘 오일로 대체해 수정체의 초점 조정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실리콘 오일이 누출돼 이 기술은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VCRC 연구팀은 생체역학적인 구조를 지닌 특수 젤을 개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호 박사는 밝혔다.

호 박사는 이 기술이 백내장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노화에 의한 수정체의 경화로 초점 조정기능을 상실한 노안(老眼)을 치료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안질환연구소의 휴 테일러 소장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성공하면 안과수술 분야에 혁명을 몰고 올 것"이라고 논평했다. (멜버른 d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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