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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週 漢字] 元(원)-원점이자 새로운 시작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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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호 31면

한자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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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元)은 본래 ‘머리’를 뜻하는 글자다. 가장 오래된 자형에서 원(元)은 사람의 머리를 강조한 모양이다. 머리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몸이 시작되는 부분이므로 ‘으뜸’, ‘시작’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우리말의 ‘머리’가 ‘시작’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현대 중국에서 원(元) 단독으로는 성씨나 나라 이름 같은 고유명사나 화폐단위로만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원판’, ‘원뿌리’처럼 고유어와 결합해 ‘본래의’, ‘최초의’라는 의미를 가진다. 일본에서는 ‘처음’, ‘시작’, ‘기원’ 등의 의미로 사용하고, 직책이나 직업 앞에 붙여 ‘전임자’임을 나타낼 때도 사용한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전(前)’을 붙여 ‘전임자’임을 나타내는데, 일본에서 ‘전(前)’은 ‘바로 직전의 전임자’를 뜻한다.

한자어에서 원(元)은 ‘원단(元旦·설날)’이나 ‘원시(元始)’처럼 단순히 ‘시작’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복원(復元)’, ‘환원(還元)’ 등과 같이 ‘원래의 시작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자신이 멸망시킨 원(元)이 ‘돌아가야 할 시작점’이 되지 않도록 원래(元來) 등에 사용된 원(元)을 원(原)으로 바꿔 쓰도록 했다.

이때부터 중국에서는 원래(元來)뿐만 아니라 원시(元始)·복원(復元) 등에서도 모두 원(元)이 아닌 원(原)자만 사용한다. 황제의 이름을 쓰지 않는 ‘피휘’ 때문에 주원장의 이름에 있는 원(元)자를 쓰지 않았다는 설도 있지만 당시는 피휘가 그리 엄격하지 않았다.

동아시아에서 ‘원기(元氣)’는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본래 ‘원기’는 ‘삼라만상을 만들어 낸 태초의 기운’을 의미했다. 베트남에서는 이 뜻으로만 사용한다. 우리말에서는 의미가 확장돼 ‘마음과 몸의 활동력’, ‘타고난 기운’, ‘만물이 자라는데 근본이 되는 정기’등으로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국가나 사회 등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몸이 건강함’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사회와 집단’으로, 일본에서는 ‘개인’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원(元)은 원점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다. 새로운 한 해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원기(元氣)를 회복하고, 원래(元來)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이지영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한자문명연구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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