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 다이옥신 서울시가 측정수치 조작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가 쓰레기 소각장의 다이옥신 측정치를 조작,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이옥신은 쓰레기 속의 비닐.플라스틱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이자 환경호르몬으로 청산가리보다 훨씬 강한 독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양.물을 오염시키고 식품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때 피해를 일으킨다.

서울시는 노원구 상계6동의 노원 자원회수시설(소각로) 2호기의 굴뚝 배기가스에 포함된 다이옥신을 지난 5월 29일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측정한 결과를 지난 3일 공개했다. 이는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다이옥신 측정치를 공개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가 이날 공개한 '시험성적서'에는 다이옥신 수치가 ㎥당0.094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으로 돼 있었다. 주민들과 합의한 기준치인 0.1ng을 밑도는 수치였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곧바로 수치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환경부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주민대책위원회 우원식 고문은 "서울시가 7월 말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도 한달씩이나 공개하지 않았고 시험성적서 상의 글자 가운데 유독 측정치 숫자만 글 자체가 달라 조작 의혹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8일 환경관리공단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끝에 공단 중앙검사소 측이 통보한 수치와 서울시가 공개한 수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단의 측정치는 0.445ng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기준치의 4.5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때문에 서울시 측이 주민의 반발을 우려해 시험성적서에 다른 수치를 오려 붙인 뒤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운 복사본을 공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과거에도 측정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면 조사가 필요하고 소각장 오염방지 시설에 대한 전면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확인 결과 해당 업체가 수치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운영소장은 수치를 조작한 사실을 시인하며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된 2호기는 처리 쓰레기 부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거의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쓰레기를 도맡아 소각하는 1호기의 다이옥신 농도는 같은 조사에서 0.067ng으로 측정돼 환경 기준치인 0.5ng은 물론 주민들과 합의한 배출 기준치인 0.1ng에도 크게 못미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노원 소각장은 1996년 시험가동 때부터 다이옥신 기준치를 자주 웃돌았고 주민들의 항의로 가동이 중단되는 소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도 0.27ng으로 측정돼 사흘간 가동이 중단됐다.

한편 환경관리공단 중앙검사소는 다이옥신 측정을 대행하는 기관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측정치를 분석대행기관이 임의로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으며 측정치를 어떻게 발표하느냐는 전적으로 의뢰자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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