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 줄기세포 이식으로 43년만에 시력회복

중앙일보

입력

3살 때 시력을 잃은 뒤 43년 동안 암흑 속에서 살아온 미국인 남성 마이크 메이(43)가 각막과 각막윤부(輪部 - limbus) 줄기세포 이식으로 시력을 회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3살 때 화학물질 폭발사건으로 왼쪽 눈을 잃고 오른쪽 눈을 실명한 그는 2000년 오른쪽 눈에 각막과 각막윤부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고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실명 전인 3살 때 보았던 세상의 모습이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뇌가 세상의 모습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전달하는지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막은 홍채와 동공을 둘러싸고 있는 눈의 투명한 외막이고 각막윤부는 각막을 눈의 흰 부분인 공막(鞏膜)과 연결하는 경계부를 말한다.

그는 15년 전에 결혼한 아내 제니퍼와의 사이에 11살과 9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따라서 얼굴만 보고는 함께 살아온 가족들을 알아 볼 수 없다.

그는 수술 5개월만에 길다란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간단한 형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수술 후 2년이 지나자 물체의 형태, 색깔, 움직임을 정상에 가깝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물체의 3차원 인식과 복합적인 물체인 사람 얼굴 인지능력은 여전히 심하게 손상된 상태다. 일반적인 물체는 약 4분의 1가량만을 인지할 수 있다. 정6면체가 정4면체에 선이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본 얼굴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도 70% 밖에는 안 된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학자 아이온 화인 박사는 오랜 실명 끝에 시력을 회복한 사람은 세상을 통틀어 30여명에 불과하다면서 사람이 이처럼 오랜 시간 실명했다가 시력을 되찾았을 때 시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가 과학자들에게는 커다란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즉 시력이 타고나는 것이냐 아니면 언어처럼 학습으로 얻어지는 것이냐는 것이다.

화인 박사는 경험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메이의 경우 정6면체를 컴퓨터 화면에 보여주었을 때 이를 정6면체로 알아보지 못했으나 정6면체를 화면에서 회전시키면서 3차원 형태로 보여주자 이를 곧 알아보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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