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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장 이기려면···" 호남구애 전략 뿌린 국민의힘

중앙일보

입력

“당은 지난 총선 때 호남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이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특위 위원장이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낸 A4지 4장 분량의 친전 중 일부다. 정 위원장은 최근 보낸 친전에서 호남 지역의 총선 결과를 언급하며 “특단의 대책으로 호남 출신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를 추진키로 했으니 동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당선권인 20위 안에 호남 출신 인사를 25% 공천하도록 당헌·당규에 명문화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바닥 수준인 호남지역 대선 및 총선(정당득표 기준) 지지율 추이도 첨부했다. 이에 따르면 18대 대선 ‘박근혜 10.5%·문재인 88.5%’, 19대 대선 ‘홍준표 2.5%·유승민 2.3%·문재인 61.7%·안철수 28%’였다. 총선 정당 득표율은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5.4% 더불어민주당 29.6% 국민의당 46.0%였고, 지난해 총선에선 미래한국당(국민의힘 계열) 4.3% 더불어시민당(민주당 계열) 56.6%였다. 정 위원장은 “호남 출신 인재들이 국민의힘에 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호남에 대한 노력이 쌓인다면 재보선과 대선에서도 분명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20년 8월 19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20년 8월 19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내에선 당장 3개월 앞으로 다가온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부터 호남 표심을 얼마나 가져오는 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서울 25명의 구청장(24명이 민주당 소속) 가운데 21명이 호남 출신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 유권자의 약 30%가 호남 출신으로 분류되는 만큼 호남 민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게 당 지도부에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해 10월 당 회의에서 “서울 인구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호남 사람들이다. 호남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하게 분석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보궐선거는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아 진영 간 조직 싸움이 되어왔다”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표를 야당이 얼마나 가져오느냐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도 “호남 출신이 서울에서 단일 집단으로서 많은 표를 가지기에, 선거 전략으로 호남 표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취임 직후부터 호남 끌어안기 행보를 보인 김 위원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2020년 7월 9일)으로 보궐선거가 확정된 이후 서진(西進) 행보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며 무릎 꿇은 것이 대표적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오종택 기자

호남 지역 당 지지율에도 변화 조짐이 있다. 지난 11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14.5%(민주당 47.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 밖에 자세한 선거여론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 호남 출신 인사도 새삼 주목 받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과 호흡을 맞추는 정양석 사무총장(전남 보성), 함경우 조직부총장(전북 익산)이 호남 출신이다. 20대 국회 때 전북 전주을이 지역구였던 정운천 위원장, 순천이 고향인 김웅 의원(송파갑), 각각 광주와 전주 출신인 전주혜·조수진 의원도 있다.

현일훈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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