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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놈'만 잘 나가는 '코스피 디바이드'…겉은 호황, 속은 'K자형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겉모습만 보면 국내 주식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이다. 새해 들어 3000고지를 밟은 코스피는 지난 8일(종가 기준)엔 3100도 뚫어냈다. 최근 단기 급등 부담에 이틀째 숨을 고르고 있지만, 낙폭은 크지 않다. 1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71%(22.5포인트) 하락한 3125.95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3% 넘게 빠지며 3047.56까지 밀렸지만, 2조3100억원가량의 순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기세에 3100선을 지켰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22.50포인트(-0.71%) 내린 3125.95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22.50포인트(-0.71%) 내린 3125.95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 10개 종목 중 6개 주가 하락

하지만 그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이 주가 상승을 이끌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증시에서도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 차가 큰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큰놈만 잘나가는 '코스피 디바이드(격차)'다.

중앙일보가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코스피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탄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코스피 상장 종목 908개(거래 정지된 10개 종목 제외)의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375개였다. 전체의 41.3%다. 신풍제지(-35%)·대웅제약(-29.6%)·메리츠화재(-10.7%)·기업은행(-7.1%) 등이 대표적이다.

코스피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연일 축포를 터뜨리고 있지만, 이들 종목을 산 투자자는 과실을 따 먹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승률로 봐도 양극화는 심하다. 10개 종목 중 6개꼴로 수익을 냈지만, 코스피 전체 상승률(15.2%)과 비교하면 사정은 다르다.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종목은 133개(14.6%)에 그쳤다. SK이노베이션(61.5%)·LG전자(54%)·현대차(45.4%)·삼성SDI(31.5%)·삼성전자(25.9%)가 여기에 속했다.

코스피 전 종목 등락률 살펴보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스피 전 종목 등락률 살펴보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운수장비 30% 상승, 은행 6.8% 하락

기업 크기별로 뜯어봐도 양극화는 두드러진다. 시가총액 1~100위 종목으로 구성된 대형주 지수는 같은 기간 17.6% 상승했다. 반면 중형주(시총 101~300위 종목)와 소형주(시총 301위 이하 종목)는 각각 5.3%, 3.7% 오르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도 희비는 엇갈린다. 현대차의 질주로 자동차 업체가 포함된 운수장비 지수가 30.2% 뛴 것을 비롯해 전기전자(25.1%)·제조(19%)·화학(15.5%)이 코스피 상승률을 넘어섰지만, 은행(-6.8%)·종이목재(-5.9%)·전기가스(-0.9%)·섬유의복(-0.2%)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형주가 더 많이 올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형주가 더 많이 올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과거와 달리 개인 투자자들이 대형주 위주로 사들인 게 주가 양극화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달 23일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5조8000억원가량 순매수했는데, 이중 삼성전자는 3조9500억원 어치 사들였다. 전체 순매수액의 68% 수준이다.

정 팀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기업에 대한 익숙함과 심리적 안정감,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신뢰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애플과의 협력설(현대차), 반도체 '수퍼 사이클' 기대감(삼성전자) 등 최근 호재도 맞물렸다.

이렇다 보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지난 11일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제외)의 시총 합계는 1048조6800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장(2172조8710억원)의 48.3%를 차지했다. 지난달 22일 45.4%에서 3%포인트 가까이 오른 수치다.

업종별로도 양극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업종별로도 양극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패닉 바잉, 빚투는 안 돼"

전문가들은 증시에서 종목별 주가 양극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산업이 고르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K자형 회복'으로 가고 있다"며 "주식시장도 장기 성장성이 높은 IT와 자동차, 2차 전지 등으로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 종목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소형주나 테마주가 아닌 대형주 위주로 매수하는 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나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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