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음악재능 뇌는 알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음악 능력은 언어와 같은 진화 과정의 부산물인가, 아니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능력인가.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플루트가 프랑스에서 2001년 발견되면서 가열된 이 논쟁은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 과학의 숙제다. 이 플루트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추적해보니 대략 5만3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인류 최초의 벽화가 그려진 시점보다 두배나 오래된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이사벨 페레츠 교수팀은 언어나 사고 등 다른 두뇌 기능은 정상이면서 음악 능력만 상실된 '실(失)음악증'환자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두뇌에 음악 능력을 위한 신경체계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인지과학 트렌드'최신호에 내놨다.

페레츠 교수는 "언어능력이 상실되는 실어증이 실음악증과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봐서, 음악능력은 언어와 상관없는 독립적인 영역"이라고 말했다.

페레츠 교수팀은 측두엽을 잘라낸 간질 환자 65명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실험도 수행한 바 있다. 측두엽은 청각 신호를 처리하는 영역이다.

실험 결과 왼쪽 측두엽을 절개한 환자들은 음의 높낮이를 알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른쪽 측두엽을 잘라낸 환자들은 음 높이 뿐 아니라 음의 전개 패턴을 이해하는 데도 곤란을 느꼈다.

한 음의 지속 시간이나 두 음 사이의 음정 차이는 오른쪽 측두엽에서 판단하고, 마디 단위로 끊어서 음 전개를 파악하는 능력은 이마 바로 뒤에 있는 전두엽이 담당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프랑스 카엔대학 연구팀은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의 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브로드만 영역 18번과 19번으로 불리는 시각 영역의 신경 세포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상상 속에서 이미지를 그려볼 때 활동하는 영역이다. 마르크 방거르트 박사는 피아니스트의 경우 피아노곡을 듣기만 할 때도 운동성 손 영역이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탁자 위에서 소리없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모션을 취할 때 두뇌의 청각 피질 영역이 활성화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미 하버드의대 신경과학 마크 트라모 교수는 "뇌 속의 어떤 특정부분이 음악 능력을 담당하고 있는지는 아직 결론지을 수 없다"면서 "음악 능력의 신비가 벗겨진다면 음악을 오락 외에 치료나 다른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