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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예방 백신 개발 가능"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으로 사망원인 제1위인 심장병을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이 가능할까?
어릴 때 백신을 맞으면 나중 성인이 되어서 심장병에 걸리지 않는 시대가 머지 않아 올 것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예언하고 있다.

문제는 심장병 예방백신을 만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심장병은 백신으로 막을 수 있는 홍역, 풍진, 독감처럼 오로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로만 발병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세다스-시나이 메디컬 센터 심장병-동맥경화연구소의 프레디먼 샤 박사는 심장병 예방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심장병을 일으키는 악성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LDL)에 대한 면역력을 형성시켜 주면 된다는 것이다.

LDL은 지방으로 이루어진 플라크(plaque)로 이것이 혈관에 장기간 침착되면 산화작용을 일으켜 여러가지 해로운 화학물질을 방출하는데 이것이 동맥벽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키면서 결국에는 동맥을 막아 심장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샤 박사는 LDL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단백질로 플라크와 혈전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폴리포단백질-B(apo-B)를 LDL로부터 분리해 내 이를 산화시킨 다음 다시 주입하면 백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샤 박사는 동맥경화에 잘 걸리도록 유전조작된 쥐 20마리(생후 10주)에 고지방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중 10마리에는 생후 6주와 9주에 미리 apo-B를 주사해 두었다. 생후 25주가 되자 샤 박사는 이 두 그룹의 쥐로부터 혈액과 조직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apo-B가 투여된 쥐들은 LDL에 대한 면역력이 형성돼 apo-B가 투여되지 않은 쥐들에 비해 플라크 형성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샤 박사는 원래는 apo-B 투여가 플라크 형성을 더욱 악화시켜 이것이 투여된 쥐들은 더 많은 플라크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밝히고 apo-B가 어떻게 면역반응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이는 초기단계의 동물실험 결과이기는 하지만 심장병 예방백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샤 박사는 말했다.

샤 박사는 최근에는 일반 독감 바이러스가 동맥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이는 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면 심장병을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이러한 백신은 심장병의 여러가지 요인 중 하나만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샤 박사는 심장병은 수년 또는 수십년이 걸릴 만큼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어렸을 때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당장은 어림 없는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병 백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대학의 스티븐 플라움 박사는 매우 흥미로운 얘기지만 현재로서는 공상과학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 레녹스 힐 병원의 심장병 전문의 니카 골드버그 박사는 샤 박사의 이론은 과학적 근거가 있어 보이지만 쥐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심장학회(AHA) 대변인이자 오클랜드 아동병원 동맥경화연구실장인 로널드 크라우스 박사는 항체와 심장병간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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