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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훔친 눈꽃, 미쳤어 좋아"...죽음도 부른 황하나 마약 전말

중앙일보

입력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3)씨가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사건추적]

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서부지방법원 앞. 검은색 패딩 점퍼를 입고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황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경찰차에 탔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그는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주변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에 책임을 느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짧게 답했다.

황하나씨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황하나씨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집유 기간 또 마약 투약

 황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 지인과 마약을 투약한 정황이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지인들은 황씨가 지난해 8월 중순 남자친구 A씨를 포함한 지인 3명과 함께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지난해 9월 초엔 A씨가 경찰서로 가 마약을 투약했다며 자수했다. 경찰은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황씨와 지인 2명의 마약 투약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황씨는 지난 2015년에도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며 2019년 11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황씨의 두 번째 마약 투약 혐의는 청와대 청원 게시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폭로전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집행유예 기간에도 재범을 저지르는 마약 사범 황씨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면서다. 청원 작성자는 "마약 사범 황씨는 현재까지 꾸준히 재범을 저지르고 있다"며 "지난달 20일 황씨는 호텔에 숨어있다가 제삼자의 신고로 수서경찰서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달 17일 황씨는 개인 SNS에 “전화해라”라는 글과 함께 자해로 인해 상처 난 손목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황씨가 지목한 인물은 함께 마약 수사를 받던 지인이었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폭로전을 벌였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중앙포토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중앙포토

"내가 훔쳐온 것 좋아"

지난 4일 MBC는 황씨가 지난해 8월 마약을 투약했다는 정황이 담긴 음성 파일과 지난달 숨진 전 남자친구의 유서를 언급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공개했다. 이 녹취록엔 황씨가 자신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있다. 녹취록에서 지인이 "우리 수원에서 했을 때"라고 하자 황씨는 "그게 눈꽃이야, 내가 너희 집 가서 맞았던 것"이라고 답했다. 황씨는 이어 "내가 훔쳐온 것"이라며 "그거 좋아. 미쳤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녹취록 등을 토대로 이들이 지난 8월부터 수원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며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수사받던 A씨 극단 선택

경찰에 따르면 수사를 받던 황씨의 남자친구 A씨는 지난달 22일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다.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이틀이 지난 뒤였다. 경찰은 A씨의 변사 사건을 별도로 수사 중이다. 지난달 17일에는 함께 수사를 받던 또 다른 지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공소권은 사라졌지만, 황씨와 나머지 피의자 2명에 대한 수사는 차질 없이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로고. 연합뉴스

경찰 로고. 연합뉴스

사망한 A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황씨가 잘 때 내가 몰래 마약을 주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사망하기 이틀 전 "황씨를 위해 거짓으로 진술했다"면서 "경찰에서 진술을 뒤집을 것"이라는 녹취록을 남겼다. 실제로 그는 경찰서에서 비슷한 취지로 진술을 뒤집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녹취록에 대해 "보도된 녹취록을 경찰도 대부분 확보한 상태"라며 "녹취록이 조작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해 11월 명품 의류 등을 훔친 혐의(절도)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피해자 진술을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남양유업 "황씨와 일절 무관" 

한편 황씨와 관련된 논란이 또다시 터지자 남양유업은 입장문을 내고 "당사는 황씨와 일절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황씨 관련 기사에 지속해서 남양유업이 언급되며 받는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임직원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대리점과 주주 등 무고한 피해를 받는 분들을 양해해 달라"고 읍소했다. 황씨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지만, 그의 어머니는 남양유업 주식을 모두 매각해 지분이 전혀 없다. 황씨의 아버지도 남양유업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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