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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술은 세계 최고 백혈병은 불치병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1983년 국내 첫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 뒤 1천례를 돌파하는데 16년이 걸렸습니다.그러나 다음 1천례는 4년 만에 달성했지요. 이제 우리의 의료수준과 시설은 세계적입니다."

동양에서 가장 먼저 조혈모세포이식 2천례를 기록한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의 김춘추(사진)교수는 불모지에서 '신화'를 일군 감회를 이렇게 털어놨다.

"1억원에 달하는 치료비는 병원에서 지원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을 모으려고 60여 명의 학생을 동원하는 등 치료환경이 매우 열악했죠. 게다가 죽은 환자 가족에게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 끌려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이곳 센터의 성공률은 국제 수준을 능가한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비롯, 만성 골수성 백혈병.골수 이형성 증후군.재생불량성 빈혈 등 모든 이식 관련 혈액질환 성공률이 국제골수이식등록소 성적보다 평균 15~20%가 높다.

지난해 3월 한 환자에게 골수이식과 간이식을 동시에 시술한 세계 최초의 성공사례는 이 센터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환자는 간경변이 심했기 때문에 항암제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골수 기증자인 동생의 말초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뽑아 환자에게 투여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뒤 간이식을 했지요." 이른바 최근 각광받는 미니동종이식이다. 환자 박모(54)씨는 지금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골수기증 운동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골수 공여자를 찾아내고 있는 것도 김교수의 보람이다.

"국내에 6만여명의 기증자가 있고, 일본(17만명)과 대만(23만명)의 골수정보은행과 연계하면 80% 정도의 환자는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더이상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치료제 글리벡의 등장은 치료방법과 치료성적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글리벡으로 암세포를 줄인 뒤 항암제를 투여하고 기증자의 말초혈액에서 뽑은 골수를 이식하는 미니이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

표준치료와 미니이식치료 환자의 2년 생존률을 비교해보면 72%와 1백%로 후자가 훨씬 높다. "수혈도 줄일 수 있고, 항암제 양도 적게 쓰니 회복도 빠릅니다. 물론 진료비가 적게 드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초혈액을 통한 미니골수이식은 의료보험이 안된다는 거죠.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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